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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스포츠 한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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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영국 프로 축구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구단 웨스트햄은 2008~2009년 시즌에 4개월 동안 유니폼 스폰서 없이 뛰었다. 지난해 말 이 구단의 스폰서였던 여행업체 ‘XL 레저’가 파산했기 때문이다.

유니폼 스폰서는 선수들이 입는 유니폼의 앞면에 기업 광고를 넣고 구단에 광고료를 내는 후원사다. 웨스트햄은 최근 새 스폰서를 잡았지만 후원 금액은 연간 120만 유로(약 22억8000만원)에 그쳤다. 지난해 후원금(210만 유로)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유럽의 스포츠 마케팅 시장에도 불어닥쳤다.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에 따르면 영국 프리미어리그 최고 구단들까지도 후원 기업을 찾느라 애를 태우는 실정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들 구단의 스폰서가 되기 위해서는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했지만 불과 1년 사이 사정이 확 달라진 것이다.

박지성이 뛰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유니폼 스폰서인 AIG는 이미 계약한 2009~2010 시즌을 끝으로 후원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AIG는 금융 위기로 파산설이 돌 정도로 재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우디 텔레콤과 말레이시아의 에어아시아 등이 새 스폰서 후보로 거론되지만, AIG와의 계약금(1500만 유로)보다는 훨씬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위팀의 타격은 더욱 크다. 2부 리그인 챔피언십리그의 경우 유니폼 스폰서 액수가 평균 15% 이상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인들이 열광하는 F1 등 자동차 경주 대회 역시 후원사가 잇따라 빠져나가고 있다. F1의 주요 후원자인 자동차 기업이 경기 침체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5년 동안 15억 유로(약 2조8500억원)를 쏟아부었던 혼다가 지난해 12월 F1 철수를 발표했다. F1에 참가하는 르노팀의 후원 기업인 네덜란드의 ING도 중단 의사를 밝혔다. 파리에서 아프리카 세네갈의 다카르까지 달리는 ‘파리ㆍ다카르 랠리’를 후원해온 미츠비시 역시 올해부터 돈을 대지 않기로 했다.

아마추어 대회는 더욱 사정이 어렵다. 파리 국제육상대회의 경우 10년 동안 대회 공식 스폰서였던 프랑스가스회사(GDF)가 계약 연장을 않기로 했다. 내년 10월 파리에서 열릴 예정인 국제 펜싱대회도 1년 넘게 스폰서를 찾아나섰지만 헛고생이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도 비상이 걸렸다. 바클레이 은행과의 후원 협상이 결렬된데 이어 런던 올림픽에 4460만 유로를 대기로 했던 캐나다의 통신 장비회사 노르텔도 파산 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런던 올림픽 유치를 포기해야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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