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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1분기 -8% 성장” … KDI는 "하반기부터 경기 회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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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윤증현 장관

신세계 이마트의 지난달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6.5%나 감소했다. 설 명절이 낀 1월 반짝 특수를 누렸지만 2월부터는 경기침체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자동차 업계는 더 심각하다. 1월 내수용 자동차 출하는 49.4%나 줄었다. 지난해 거침없는 성장세를 보였던 수입차 업계도 지난달 신규 등록 대수가 1년 전보다 20% 감소했다.

실물경제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특히 연초까지 안정되는 기미를 보이던 세계 금융시장에 2차 한파가 몰아치면서 실물경제가 받는 타격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일부 국내 경제연구소에서는 올 1분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외환위기 때 수준인 -8%를 기록할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실물경제가 고꾸라지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지난달 미국 자동차 판매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1.3% 줄었다. 사경을 헤매고 있는 GM·크라이슬러·포드 등 미국 3대 자동차 업체는 정부 지원을 받아도 회생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올 정도다. 고용 사정도 악화돼 6일(현지시간) 발표되는 미국의 2월 실업률은 전달보다 0.3%포인트 상승한 7.9%에 달할 전망이다.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놓인 동유럽 국가들의 경제 사정이 계속 나빠지고 있어 전 세계 실물경제가 받는 충격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상무는 “각국이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어 파국은 면하겠지만 심리적 불안감이 커지며 생산과 소비가 심각하게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정을 반영해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국제 경제기구들은 올 성장률 전망치를 또다시 수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는 3일 기자회견을 통해 “성장률 전망치가 제로(0)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IMF는 1월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0.5%로 수정했으나 4월께 마이너스 성장으로 수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 경제 침체의 골이 깊어지는 것은 한국의 수출시장이 더 줄어든다는 의미다.

국내 경제도 악화일로다. 이미 실물경제 상황은 외환위기 당시를 뛰어넘었다. 1월 광공업생산은 25.6%나 줄었다. 전국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61.5%로 1970년 이후 최악이다. 민관 경제연구기관들은 올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 특히 1분기 성장률은 평균 -5~-6%, 최악의 경우 -8%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98년 2분기의 -8.1%에 버금가는 것이다.

수출은 1월에 33.8% 줄어든 데 이어 지난달에도 17.1% 감소했다. 주력 상품인 정보기술(IT) 부문은 지난달 24%나 감소했다. 미국의 소비와 투자가 급속히 줄어든 데다 동유럽 금융위기까지 겹치자 수출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경기 회복이 늦춰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경제가 가장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고 자신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2일 “내년에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한 발 물러섰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상무는 “실물로 번지는 데 약간의 시차가 있었던 1차 금융위기와 달리 2차 위기 때는 금융과 실물이 동시에 타격을 받고 있어 단기간에 경제 회복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이 마냥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외국인은 올 1~2월 2조8800억원어치의 채권을 순매수했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빠르게 줄어들며 생긴 ‘축소형 흑자’이긴 하지만 무역수지가 2월에만 33억 달러 흑자를 냈다.

이 같은 점을 근거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겨울이 오면 봄도 멀지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우리는 당초에 계획한 대로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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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철·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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