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날개]방송인 이숙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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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역마살. 언제든 뿌리를 거두어 떠날 채비를 해야만 하는 사람들. 방송인 이숙영씨 (39) 는 스스로 그런 끼가 잠재된 사람이라 여긴다.

11년째 라디오에서 아침 프로그램을 맡다보니 새벽4시 기상, 7시~9시 방송진행, 각종 원고 집필, 기업체 강연등으로 온종일 빽빽한 스케줄이 몸에 배어버린 이씨.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불쑥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욕구가 치밀어 오르는 순간만은 어쩔 도리가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방송 펑크내고 사라져버릴 순 없잖아요. 언제부턴가 가고싶은 나라의 민속의상을 차려입고 나서는 걸로 대리만족을 하기 시작했죠. " 하와이라도 갔으면 싶은 날엔 하와이 민속의상을 차려입고 머리에는 꽃까지 꽂은채 방송국으로 출근한다는 것이다.

남들의 시선? 워낙 평소에도 과감한 패션을 구사해온 이씨인지라 모두 그러려니 생각들한다고. 가끔씩 찾아갔던 여행지에서 한벌 두벌 사모으고, 그림엽서에 나온 디자인 그대로 단골의상실에서 맞추는 식으로 마련한 각국 민속의상이 20여벌. 개인적으론 색상이 화려하면서도 몸매를 그대로 잘 살려주는 아시아의 전통의상들을 좋아한단다.

"그중에서도 가장 아끼는 옷은 지난해11월 말레이시아의 랑카이를 여행하면서 건진 민속의상이예요. 빨간색의 강렬함이 저를 사로잡았답니다. "

색감과 맵시가 맘에 드는 것외에도 이 옷엔 특별한 추억이 깃들어 있다는 게 이씨의 말. 17년간 몸담았던 정든 KBS를 떠나 SBS로 자리를 옮기는 엄청난 모험을 앞둔 채 신혼여행후 처음으로 남편과 단둘이 떠났던 여행. 이런저런 걱정으로 밤잠도 못이루는 이씨에게 남편 채수일씨 (43.전북도부지사) 는 "변신을 두려워하지 말라" 는 등 자상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말레이시아 민속의상 역시 아내의 복잡한 심사를 달래주려는 세심한 남편의 선물이었다.

"결혼후 옷을 선물해주긴 처음이었어요. 값은 5~6만원 정도였지만 5백만원짜리 옷과 바꾸겠어요?" 지난 4월 남편이 직장을 옮기면서 주말부부 처지가 돼고보니 여름내 이 옷을 즐겨입으면서 그리움을 삭일 수 밖에 없었다고 이씨는 털어놓았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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