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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9일 정권수립 49주년…모든 공문서 '주체연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9일로 49주년을 맞는 올해의 북한정권 수립기념일은 예년과 달리 각별한 의미가 있다.

우선 이날을 기해 북한에서는 '주체연호 (主體年號)' 가 시행된다.

지난달 26일 중앙인민위원회에 의해 사용이 결정된 주체연호는 김일성 (金日成) 의 출생연도인 1912년을 기준, 올해의 경우 '주체86년' 으로 표기된다.

새로 작성되는 모든 공문서와 출판.보도물에도 주체연호를 사용하며 외교문서나 대남 (對南) 전통문등에도 병기를 고집할 것으로 보여 다소 논란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주민들은 이제 주체연호만 쓰고 서기연도는 잊어야 한다.

남이야 어떻게 보든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문자그대로 '신기원 (新紀元)' 을 열어 보려는 몸부림이다.

다음은 김일성 3년상을 마친뒤 처음으로 맞는 9.9절이라는 점. 김일성 사망 이후 끊임없이 제기돼온 김정일 (金正日) 의 권력승계 시기문제는 당창건기념일 (10월10일) 이나 정권수립기념일을 기점으로 불거져나왔다.

자연히 북한당국이 탈상 (脫喪) 을 선언한 이후 닥친 9.9절이라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일부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권력승계 시기를 특정기념일과 연관시켜 점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고 지적한다.

그 자체가 '역사에 남을' 기념일이 될 김정일의 대관식을 북한당국이 굳이 다른 국경일에 묻히게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신중한 입장이다.

그러나 9월9일부터 당창건기념일인 10월10일까지 한달간이 북한에서 상당히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는 데는 대체로 의견을 같이한다.

권력승계 시기가 유동적이더라도 북한당국으로서는 내부적인 추대행사 시간표를 정해 꾸준히 정지작업을 벌여나가야 한다.

또 올 농사 성과를 판가름할 시기인데다 97년을 '고난의 행군' 시기로 잡은 이상 이를 매듭짓기 위한 막바지 분위기조성에 힘써야 하기 때문이다.

단지 북한방송들이 전하는 외형적인 9.9절 행사는 8일 평양에서 열린 중앙보고대회와 조총련 축하단의 방문등으로 제한된 수준이다.

아마도 내년 50주 행사와 한달뒤의 당창건기념일 행사를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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