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권력도전 엄중대처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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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야간근무를 마치고 귀가하던 경찰관이 범행용의자인 10대 2명을 검문하려다 흉기에 찔렸다.

또 만취한 시민이 파출소에 들어가 횡설수설하다 느닷없이 흉기를 휘둘러 경찰관을 다치게 했다.

비슷한 시간대에 각각 울산과 서울에서 발생한 이 두 사건은 피해정도가 심각하지 않을 뿐 아니라 내용도 경찰관이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이들 사건은 공권력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가볍게 보아 넘길 수 없는 일이다.

죄를 짓고도 검문경찰관을 피해 달아나기는커녕 공격하고, 파출소를 술주정 장소쯤으로 생각하는 것이 돌출행동이라기보다는 일반적 양태가 돼 가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는 경찰관서가 일반인들에게 기피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민주화과정에서 언제부턴가 시위학생들의 습격을 당하고 총기탈취의 대상이 되더니만 이제는 술취한 시민의 행패대상이 돼 버렸다.

공권력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것이다.

이는 시대변화에 걸맞게 경찰이 위상을 정립하지 못한 책임도 크지만 공권력의 권위를 무시하는 잘못된 시민의식을 방치한 결과라고 할 것이다.

우리의 준법의식은 합리적이 아니고 감정적이다.

체질적으로 공권력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교통위반을 하고도 단속경찰에게 일단 항의부터 하고 보는 것이 시민들의 생리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 집회나 시위를 하다가도 경찰의 제지를 무릅쓰고 차도로 내려서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

법보다는 감정이 우선이다.

공권력의 권위를 바로 세우는 노력이 시급하다.

그러려면 경찰 스스로 조직을 바로세우고 공권력 도전행위에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할 것이다.

경찰관이 습격을 받는 것은 그만큼 경찰의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방증 (傍證) 이기도 하다.

경찰 스스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외국의 경찰처럼 기본적 질서에서부터 엄정한 법집행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는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정리하고 공권력을 바로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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