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 깬' 日 해외기업 사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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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10여년간의 장기 불황에서 깨어난 '주식회사 일본'이 외국 기업을 왕성하게 사들이고 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WSJ)이 18일 인수.합병(M&A) 조사회사인 일본 레코프의 통계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일본 기업이 발표한 해외 M&A는 모두 10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늘었다. 특히 M&A가 대형화하면서 금액이 대폭 증가했다. 구체적인 인수 가격을 밝힌 74건의 M&A 규모만 6500억엔(약 6조8000억원)으로 이미 지난 한해 규모를 넘어섰다.

지역별로는 아시아 45건, 미국 36건, 유럽 19건으로 고르게 퍼져있으며 업종도 즉석국수 제조회사에서 보험회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특히 올 들어 중국기업에 대한 M&A가 15건에 달하는 등 일본 기업의 중국 진출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4월 200억엔을 들여 중국 식품회사인 허이베이 화룽 F&N의 주식 33%를 인수한 일본 닛신푸드는 단숨에 중국 즉석국수 시장의 20%를 차지하게 됐다. 또 아사이맥주와 이토추상사 등이 380억엔을 들여 중국의 또 다른 식품회사를, 미쓰이 스미모토보험은 45억엔을 투자해 태국의 보험회사를 사들였다.

이에 대해 노무라증권의 애널리스트는 "일본 기업들이 자금을 새로운 시장에 투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본 기업이 공격적인 M&A에 나서게 된 것은 수년간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이 나지 않는 부문에 대한 끊임없는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이 몰라보게 강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쿄증권거래소 1부 시장에 상장된 비금융회사의 순이익은 지난 회계연도에 67%나 늘었다. 부실로 악명이 높았던 금융회사들도 그동안 부실채권을 대규모로 털어냄으로써 예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메릴린치의 일본 담당 전략가인 제스퍼 콜은 "오랜 부진을 딛고 '주식회사 일본'은 예전의 상승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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