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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톱]MBC '달수'시리즈…현대인들의 고달픈 삶 풍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현대인은 고달프다.

승진 문제로 좌절하고 명예퇴직 이야기에도 가슴이 덜컹 내려 앉는다.

벌컥 화가 치밀때도 많지만 그저 힘없는 서민 신세가 서러울 뿐, 울화를 속으로 삼키고 마는 것이 보통이다.

MBC 베스트극장의 '달수' 도 그런 서민 중의 하나였다.

95년 6월 '달수의 재판' 에서 달수는 까다롭기 이를 데 없는 법률 때문에 고통을 겪었다.

그해 11월 '달수의 집짓기' 에서는 집 하나를 세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공무원들에게 봉투를 건네며 눈살을 찌푸렸다.

시청자들은 달수의 그런 모습을 보며 가슴 시원함을 느꼈다.

"이놈의 세상이 어찌됐기에 서민이 살아가기 이다지도 힘든가" 는 말을 TV가 대신 해줬기 때문이다.

그 달수가 다시 한번 등장한다.

8일과 9일 밤 9시55분 MBC 추석특집극 '달수의 홀로 아리랑' 을 통해서다.

지난해 5월 '달수아들 학교가다' 와 7월의 '달수의 차.차.차' 에 이어 다섯번째 달수 이야기다.

'달수' 시리즈를 만든 오현창PD가 계속 연출을 맡았고 달수와 그의 아내로는 변함없이 강남길과 임예진이 나온다.

신문의 기사 하나가 만년 대리 달수의 눈길을 끈다.

편안한 노후를 위해서는 최소한 3억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자신의 소득에 퇴직금까지 이것저것 모두 계산해보지만 아예 밥도 먹지 않고 산다면 모를까 도저히 3억을 모을 길이 없다.

마음이 씁쓸해진다.

다음날 회사에 공고가 붙는다.

영어시험을 치르고 그 성적을 승진에 반영하겠다는 것. 걱정이 된 달수는 영어학원에 등록하지만 회사일에 치여 학원에 제대로 다니지도 못한다.

게다가 집안에서는 아내와 부모님을 모시는 문제로 다투게 된다.

이래저래 고민거리만 늘어나는 달수. 드라마 끝에는 이런 에필로그가 붙는다.

법정에 수의를 입고 선 달수. 판결이 떨어진다.

"어머니를 모시지 않은 죄로 징역 3년에 처함!" 그 순간 놀란 달수가 잠에서 벌떡 깨어난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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