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끝없는 사랑, 쉼없는 선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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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 신앙과 사랑의 힘으로 국경과 신체의 장벽을 넘어선 이두형(右) 목사와 나가사와 구미코 선교사 부부는 오늘도 장애인의 내일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박정호 기자]

가만히 있어도 등줄기에 땀방울이 흘렀던 지난 16일 찾아간 경기도 강화군 임마누엘 농아인교회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았다. 작은 텃밭 가운데 함초롬하게 들어선 흰색 단층 건물이 방문객의 눈을 시원하게 했고, 그곳에 사는 목사 부부의 아름다운 인연이 마음을 맑게 씻어냈다.

이두형(44)목사와 나가사와 구미코(長澤久美子.48)선교사. 이들 부부는 명함을 함께 쓴다. 그런데 남편의 휴대전화 번호에는 '문자메시지'란 글자가 적혀 있다. 이 목사가 말을 하거나 듣지 못하는 것. 부부는 같이 있을 때는 수화로, 떨어져 있을 때는 문자로 마음을 통한다.

그들은 자칭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부부'다. 국적이 다르고, 수화로 얘기하지만 하나님의 사랑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걱정했던 아들 3형제도 건강하게 자라니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열다섯살 때부터 해외 선교사를 꿈꿨습니다. 한국에 올 생각은 별로 없었어요. 남편은 1983년 인천농아교회에 연수하러 왔을 때 처음 만났습니다. 처음엔 누나.동생처럼 지냈는데 이처럼 '사랑의 열매'를 맺었네요."(부인)

"아내가 없었다면 오늘의 저는 없었을 겁니다. 연수를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간 아내에게 편지를 보내고 장갑도 보내며 관심을 표시하다가 88년에 사랑을 고백했습니다. 저만한 행운아도 없겠죠."(남편)

그러나 그간 걸어온 길은 순탄치 않았다. '사랑에는 국경이 없다'고 하지만 이를 실현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무엇보다 아내 가족들의 반대가 컸다. 6남매의 막내로 곱게 키워온 딸을 이역만리 장애인에게 보내고 싶은 부모는 드물 것이다. 하지만 아내는 남편을 믿었다. 남편의 장애 뒤에 숨겨진 올곧은 인품과 따뜻한 희생정신을 느꼈다. 남편의 부모도 그들을 위해 매일 기도하고, 직접 일본까지 찾아가 사돈의 이해를 구했다. 그리고 90년 4월 1주일 간격으로 양국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연수 당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국인의 반일 감정이 너무 무서웠어요. 사실 전 일본이 한국에 한 잘못을 잘 몰랐거든요. 하지만 한국에 농아 선교가 거의 없다는 사실에 용기를 내 다시 한국에 왔습니다. 벌써 20년이 됐네요."(부인)

"78년 인천의 한 교회 지하에서 농아선교를 시작했어요. 처음엔 전도사로 있다가 아내를 만나고 공부를 더 해 6년 전 목사 안수를 받았죠. '모든 영혼은 소중하다''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는 예수에 대한 믿음으로 버텨왔습니다."(남편)

그들은 3년 전 교회를 신축했다. 다른 교회 지하실, 비닐하우스 예배 17년을 뒤로 하고 주위의 도움으로 보금자리를 마련한 것. 그간 아시아.아프리카 12개국에 농아선교의 씨도 뿌렸다. 또 남편은 지난 4월 기독교농아총연합회장에 선임됐다. 국경을 뛰어넘은 사랑과 신앙의 힘이 작은 기적을 일군 것이다. 부부는 "더 많은 농아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 기쁨을 함께 하고, 또 그들의 자립을 돕는 게 남은 소망"이라고 합창했다.

강화=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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