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니혼햄 파이터스와의 경기에서 그는 선발로 출전하지 못했다. 대타로도 기용되지 못했다. 경기 내내 이승엽의 모습이 안 보인 건 시즌 초반 팔꿈치에 공을 맞아 두 경기를 뛰지 못한 이후 처음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상대선발이 왼손투수 스나가 히데키였기 때문이다. 이승엽의 올시즌 왼손투수 상대성적은 20타수 3안타(0.150)가 고작이다. 시즌 타율 0.229(161타수 37안타)도 낮지만 왼손투수 상대타율은 더 형편이 없다. 보비 밸런타인 감독은 "상대가 왼손투수인 것과 이승엽의 결장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지만 그건 홍보성 발언으로 볼 수 있다. 왼손투수에 대한 약점이 기록으로 입증된 상황에서 왼손선발을 상대로 출전시킨다는 게 오히려 억지다.
이승엽은 1루수로서의 수비위치마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팀 내 1루수 주전은 후쿠우라(타율 0.304.8홈런)로 완벽하게 굳어졌다. 후쿠우라는 팀 내 최고타율을 기록 중이며 지난해 퍼시픽리그 1루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수비능력도 갖추고 있다. 그래서 이승엽은 지명타자밖에 자리가 없다. 1군에 복귀한 뒤 두번째 경기였던 지난 5일 긴테쓰 버펄로스전에 1루수로 나선 뒤 7경기 연속 지명타자로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승엽 2군행'설이 자연스레 나오고 있다. 머린스의 외국인 선수들은 이승엽을 비롯해 투수 네이던 민치.마이클 세라피니, 타자 베니 아그바야니.매트 프랑코 등이다. 그 가운데 1군 엔트리에 들 수 있는 선수는 4명. 지난 4일 이승엽이 올라오면서 2군으로 내려간 세라피니는 2군에서 구위를 회복한 뒤 지난 16일 장인의 건강을 돌보기 위해 미국으로 일시 귀국했다.
일본 현지의 관계자들은 "세라피니가 돌아오는 21일 또 한번의 엔트리 변경이 이뤄지면서 이승엽이 2군으로 내려갈 것 같다"고 조심스레 전망한다. 입지가 점점 좁아지면서 이승엽의 한숨도 깊어만 간다.
이태일 야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