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선생님, 공기놀이 함께 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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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선생님, 공기놀이 함께 해요. "

솔이란 이름의 한 아이가 나의 목을 뒤에서 정겹게 껴안으면서 하는 말이다.

아이들이 몰래 다가와 나의 두 눈을 가리거나 머리를 묶어준다면서 부드러운 손끝으로 목덜미를 간지럽힐 때 나는 그만 힘을 잃고 그들에게 끌려간다.

아이들은 울긋불긋 동그랗게 만들어진 예쁜 플라스틱 공기돌 다섯개로 놀이를 시작한다.

편을 가르고 놀이규칙을 정한다.

서로 의견 차이는 약간 있으나 그것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공기놀이 하는 방법이야 예전과 별 차이가 없지만 규칙이나 용어들은 많이 생소하다.

그러나 놀이를 쉽게 할 수 있는 쪽으로 바뀐 것같다.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요즘 아이들의 일면을 보는 듯해 걱정이 앞선다.

어린시절 우리들이 하던 공기돌은 손으로 쥐기에 알맞은 크기의 동글동글한 돌멩이였다.

돌끼리 부딪치는 맑고 경쾌한 소리는 음악처럼 가슴속에서 퍼졌다.

그런데 플라스틱 공기는 손에 맞지도 않을 뿐더러 가볍고 소리가 없다.

당장 아이들을 데리고 운동장 구석구석, 골목 여기저기로 예쁜 돌멩이를 줍는데 나서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예쁜 돌이 거기에 있지도 않거니와 아이들은 시간이 없다.

성적위주의 교육은 아이들의 가슴을 황폐하게 만들어 놓았다.

공기놀이는 수 개념을 깨우칠 수 있고 흙과 친숙하게 하는 한편 판단력과 민첩성, 공간에 대한 지각력을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

또 손등과 손바닥에 지압효과를 주며 놀이를 함께 하는 상대방의 감정을 읽고 자신의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효과도 있다.

나는 아이들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상대방을 먼저 생각할 때 진정한 교육이 시작된다고 믿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한 전래 공기놀이는 그런 맥락에서 아주 좋은 교육적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같아 뿌듯한 마음에 웃음이 저절로 난다.

김정규〈학원강사.경기도군포시당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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