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도서 '세계 민화 시리즈' 9권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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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비둘기는 처음에 어떻게 생겨났고 거북이는 왜 딱딱한 등판을 갖게 됐을까. 열대밀림의 나라 인도네시아 민화 '두푸의 불' 에는 재미있는 설명이 나온다.

하늘과 땅이 사다리로 오르내릴 정도로 가까웠던 시절 하늘나라에서 내려오던 한 부부가 벌겋게 타오른 석탄더미를 떨어뜨렸다.

이 불더미에 맞은 거인이 화가 나서 부부를 하늘에 얹어버린후 하늘과 땅 사이를 크게 벌려놓았다.

땅에서 부모를 기다리던 아이들은 고아가 됐고 아빠.엄마를 찾다 결국 비둘기가 됐다고 한다.

한편 석탄불에 맞아 집이 불타버린 거북이가 있었는데 이웃의 도움으로 새 집을 마련했으나 또 집이 탈까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거인이 제시한 묘안이 집을 거북이 등위에 올려놓은 것. 그때부터 거북들은 자기 집을 등에 지고 다녔다고 한다.

도서출판 산하에서 펴내고 있는 '세계민화 시리즈' 인도네시아편에 소개된 이야기중의 하나다.

현재까지 나온 책은 모두 9권. 프랑스.근동.남미.동남아.몽골.싱가포르.페르시아.발리편 등이 출간됐다.

책 앞부분엔 그 지역이나 문화를 대표하는 컬러사진을 넣고 각 이야기 뒤엔 내용을 확인케 하는 '생각해 봅시다' 란도 붙였다.

중국.잉카.마야.아즈텍.이집트편도 연이어 선보이며 2~3년안에 모두 1백권으로 완간될 예정.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인종.민족.시대에 따라 각기 상이한 발전을 보인 지구촌의 신화.민화.전설을 한데 모아 어린이들에 알맞은 문체로 쉽고 재미있게 풀어놓았다는 것.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이면 별다른 어려움이 없이 죽죽 읽어내려갈 수 있다.

특히 갈수록 중요성이 높아지는 타국 (他國) 문화에 대한 길라잡이용으로 적당하다.

언니를 구하려고 못된 백마와 싸우는 소녀 (프랑스) , 친구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영생의 길을 찾아나선 왕 (바빌로니아) , 태양신과 바다 요정의 사랑 (에콰도르) , 악어를 골탕먹이는 꼬마 사슴 (인도네시아) 등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어느새 상상의 세계에 흠뻑 빠지게 된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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