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무역수지 33억 달러 흑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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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지난달 무역수지가 한 달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반가운 흑자가 아니다. 수출은 줄었는데 수입이 더 감소하면서 생긴 축소지향적 흑자이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는 2일 지난달 수출이 한 해 전보다 17% 줄어든 258억4800만 달러라고 밝혔다. 하지만 수입이 31% 급감한 225억5300만 달러에 그치면서 무역수지는 33억 달러 흑자(잠정 집계)를 기록했다. 2월의 수입액은 42개월 만에 최소다. 1월엔 수출이 사상 최대 폭(34%)으로 곤두박질해 33억6000만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냈다.

1월에 비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수출은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다. 13개 주력 품목 가운데 한 해 전보다 수출액이 늘어난 것은 선박(47%)과 휴대전화를 비롯한 무선통신기기(3%) 뿐이다. 그나마 선박은 최근 신규 수주가 부진하지만 기존에 받아둔 주문이 많았던 덕이다. 컴퓨터(-43%)·반도체(-40%)는 수출액이 1년 새 거의 반 토막 났고, 가전·자동차도 33%씩 줄었다. 지역별로는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에 대한 수출은 2% 정도 늘었지만 미국·유럽연합 같은 선진국에 대한 수출은 7% 넘게 줄었다.

수입 감소도 마냥 반기기는 힘들다.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원유(-48%)·철강제품(-37%)의 수입이 줄어든 것은 그렇다 해도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기 위해 필요한 반도체 제조용 장비(-90%)와 자동차 부품(-31%) 같은 자본재 수입도 확 줄었기 때문이다. 내수 부진으로 소비재 수입도 20% 줄었다.

지경부 이동근 무역투자실장은 “올해 무역수지 흑자가 애초 예상(120억 달러)보다 훨씬 많은 200억 달러 이상에 이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계 경기침체로 수출이 앞으로 얼마나 더 줄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는 너무 낙관적이란 반론도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재철 수석연구원은 “외환위기 때에 비해 수출 감소폭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설령 수입 감소로 무역 흑자가 늘더라도 이는 내수가 그만큼 망가진다는 뜻이어서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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