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출신 선우완 감독 '마리아와 여인숙' 개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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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MBC PD 출신 선우완 감독의 신작 '마리아와 여인숙' 은 성 (性) 과 물질에 대한 욕망 때문에 인간성과 도덕이 파괴되고 있는 현실을 상징적인 장면들과 극적인 줄거리를 통해 이미지화한 진지한 영화다.

무대는 바닷가의 '파도 여인숙' .사랑없이 도구로만 기능하는 정사 등 모든 비인간화의 현장을 몰래 훔쳐보는 7세 소녀 마리아의 시점과 내레이션으로 전개된다.

사고로 머리를 다친 형 기태 (김상중 扮) 와 책벌레 동생 기욱 (신현준 扮) 은 여인숙을 운영한다.

여름을 앞둔 어느날 술취한 젊은 여자 명자 (심혜진 扮)가 마리아라는 이름의 어린 딸을 데리고 여인숙에 들어온다.

지저분한 과거를 숨기지 않는 명자는 마리아와 잘 놀아주는 형을 유혹한다.

이어 동생도 유혹하다가 거부당하자 형과 결혼해 보란 듯이 산다.

자신의 욕망과 형제애 사이에서 고민하던 동생은 떠나기를 결심하는데 그 전날 방에 찾아온 명자의 마지막 유혹에 넘어간다.

이를 목격한 형이 자신의 방을 뒤집어 놓자 동생은 가책 끝에 목숨을 끊는다.

끝나는 듯 보였던 영화는 여기서 스릴러물을 연상케 하는 반전을 보여준다.

사실 명자는 남편 (이경영 扮) 과 짜고 형제를 파국으로 몰아 여인숙을 차지하는 계략을 꾸민 것이었다.

여인숙은 그들에게 넘어가서 매춘굴로 변한다.

10년 뒤의 장면에서 다시 반전이 일어난다.

성숙한 마리아 (이정현 扮) 는 읍내 청년 (박상민 扮) 을 유혹해 "살인이라도 해서 여인숙을 우리 것으로 만들자" 는 결심을 하게 만든다.

이 또한 알고보니 마리아가 숨어서 살고있는 불쌍한 기태를 위해서 꾸민 행동이었다.

여인숙이라는 특수 공간을 통해 욕망과 도덕, 그리고 인생의 순환고리를 깔끔하게 묘사하고 있는 개성있는 영화다.

13일 개봉.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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