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외 재난 관리대책 세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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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괌 참사의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또 다시 우리 국민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항공기사고가 프놈펜에서 발생했다.

희생자 대부분이 오랜 내전에 시달린 캄보디아 국민들을 돕기 위해 의료지원과 선교활동을 하러 가던 사람들이어서 안타까움이 더하다.

이번 사고는 악천후속에서 착륙시도중 발생한 점에서 괌 사고와 유사하지만 사고를 처리하는 캄보디아 당국의 능력과 국민들의 태도가 미국과는 판이해 우리를 더욱 당황스럽게 하고 있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사고현장에서 벌어진 약탈행위다.

시신이 널려 있고 기체가 화염에 휩싸인 곳에서 구조는 뒷전이고 사망자들의 소지품을 챙기는 현지주민과 일부 구조대원들의 모습은 치를 떨게 한다.

외교채널을 통한 엄중한 항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또 현지실정은 시신의 신원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고, 시신용 냉동시설은커녕 영안실조차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고 한다.

베트남의 사고항공사는 유가족들의 현지방문에도 소극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같은 점으로 미루어 사고수습을 당사국에만 의존할 수 없어 보인다.

우리 정부는 사고원인 조사나 보상협상에 앞서 시신수습과 국내송환 등 기본조치부터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괌과 프놈펜 사고 경험을 토대로 해외에서 발생한 우리국민들의 재난을 구호하는 체계를 세워야 한다.

해외여행이 급증하고 국적기의 국제노선 취항이 확대됨으로써 해외에서의 대형사고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해외재난 대책마련은 시급한 일이다.

외국에서 발생한 사고의 수습에 참여하는데는 한계가 있겠지만 최소한 시신수습과 유족관리, 사고원인 공동조사 등에서는 언제든 사고가 발생하면 즉각 작동시킬 수 있는 매뉴얼과 장치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사고수습에 피해당사국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도록 국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책을 찾는 노력도 필요하다.

효율적인 구호체계가 작동될 수 있도록 하는 국제적인 공론화 노력을 벌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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