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덕 13억 경제학] “제발 중국의 반만이라도 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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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중국에 다녀왔습니다. 광저우에서 인천으로 들어오는 비행기에서 어느 한국인과 나란히 앉게 됐습니다. 광둥에서 사업을 하고 계신 분이었습니다. 시사문제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50대 아저씨 였습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가 묻습니다.

"기자님, 작년 말이후 중국 경제부처 당국자들이 머리를 싸 매고 달려 든 일이 하나 있는데, 그게 뭔지 아십니까?
"글쎄요?"
"중국경제 전문 기자라는 분이 그것도 몰라요?"
"워낙 뜬 금없는 질문이라..."
"10대 산업진흥계획이 바로 그겁니다. 그걸 잘 보면 10년 후 중국경제가 보일 겁니다"

중국이 지난 1개월 여 동안 산업별로 발표했던 '10대 산업진흥계획'을 두고 한 말이었습니다. 중국 경제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다들 아실 것입니다. 우리나라 신문에도 많이 소개 됐으니까요. 지금 쯤 국내 중국경제 전문가들은 내용을 검토하고, 어떻게 대응해야할 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을 겝니다. 저는 그 '아저씨'의 핀잔에 오기가 나 일요일 하루 종일 그 계획을 놓고 공부했습니다.

'계획'은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중장비 정보통신 방직 등 10개 핵심 산업을 어떻게 발전시킬 지에 대한 큰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14일 자동차산업을 시작으로 '계획'이 잇따라 발표됐습니다. '계획'은 이제 다 나왔고, 세칙이 하나 둘 씩 나오고 있습니다. 더 상세하고, 구체적인 내용이 계속 발표될 것입니다.

그 계획을 꼼꼼히 보면서 '중국이라는 나라, 참으로 무섭다'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됩니다. 중국은 산업발전의 큰 그림을 그려놓고 그에 따라 움직여 갈 것입니다.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5년 후, 아니 10년 후를 내다보고 계획을 짜 일을 추진합니다. 무슨 일이 터지면 부랴부랴 땜질식 처방을 내놓는 것과는 크게 차이가 납니다.

계획의 큰 흐름은 3가지로 압축됩니다.

첫째는 자주창신(自主創新)입니다. 기술개발이지요. '계획'은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 해소를 위해 각 분야 과감한 기술개발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우선 향후 2년동안 약 150억 위안(약 3조 원)을 쏟아부을 계획입니다.

둘째는 크고강하게(做大做强)입니다. 기업 간 흡수합병을 통해 세계적인 수준의 대형업체로 키우겠다는 겁니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연간 200만대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춘업체 2~3개를 양성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200만대를 생산하는 업체는 없습니다. 업체간 짝짓기를 유도하겠다는 것이지요.

셋째는 노후기업 퇴출입니다. 경쟁력있는 기업은 흡수합병을 통해 대기업으로 키우되, 경쟁력이 떨어지는 없체는 과감히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는 겁니다. 구조조정이지요. 비철금속 분야의 경우 150만t 규모의 노후생산설비를 폐쇄키로 했습니다.

이 '계획'을 읽으면서 10년 전을 생각했습니다. 당시 중국경제는 아시아금융위기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주룽지(朱鎔基)총리는 내수확대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산업분야 '작은 혁명'을 하나 단행합니다. 부동산 산업이었습니다. 그동안 정부(국유기업)가 분배해주던 주택을 시장에서 거래토록 한 것입니다. 이 대담한 개혁정책으로 주택시장이 형성됐고, 전국에 건설붐이 일었습니다. 2000년대 들어 중국경제가 급성장한데는 부동산 산업이 크게 기여했습니다.

중국은 이렇듯 개혁에서 성장 모티브를 찾습니다. 그게 바로 지난 30년 중국경제가 걸어온 길이기도 합니다. 중국은 제위기를 맞아 어느 나라보다도 과감하고 빠르게 내수시장 확대정책에 나서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산업구조 개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위기극복도 극복이지만, 더 길게 보면 위기이후를 대비한 포석을 두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10개 산업진흥계획에서도 그런 의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중국은 핵심산업에 대한 과감한 개혁정책으로 또다른 성장요인을 발굴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공산당이 주도하고, 정부가 실행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지난 10년 그런 과정을 통해 일본을 능가하는 아시아의 맹주로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10대 산업진흥정책을 발표한 지금부터 10년 후 미국을 능가하는 세계적인 강국으로 등장할지도 모릅니다.

비행기는 어느 덧 인천공항으로 접근하고 있었습니다. 옆 좌석 아저씨는 정치 얘기를 합니다.

"도대체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가요. 정부가 하려는 일은 국회가 발목 잡고, 선거를 통해 다수당 지위를 얻은 한나라당은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거는 왜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민주당은 트집만잡으며, 어린애처럼 울어대고 있습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깡짜'정치를 하는 겁니까. 그러니 정부관계자로로부터 '깽판'이라는 얘기를 듣는 것 아닙니까"

그는 기자의 반응에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그리고는 한마디 덛붙입니다.

"제발 중국의 반만이라도 해라!"

Woody 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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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3억 경제학'오프라인 모임이 12일 열립니다. 이번 주제는 '중국 주식시장 전망'으로 잡았습니다.

올들어 상승세를 보이던 중국 주식시장은 최근 또다시 불안한 모습입니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요? 또 앞으로 주가는 어떻게 형성될까요? 관심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차이나펀드'를 아직도 갖고 계신분들은 중국주식시장이 언제 회복할 수 있을 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조용찬 한화증권 중국팀장이 메인 강연을 해 주시기로 했습니다. 조 팀장께서는 중국 주식시장에 대한 궁금증을 상당부분 풀어줄 것입니다. 아울러 제가 비(非)유통주 문제에 대해 코멘트를 하겠습니다.

제6회 '13억 경제학' 오프라인 모임

타이틀 : 천덕꾸러기 '차이나펀드', 어찌하오리까
일 시 : 3월 12일(목요일) 오후 6시30분.
장 소 : 신청자에게 이메일로 개별 통보(3월9일 통보)
신 청 : 이메일 신청 woodyhan@naver.com
성명, 핸드폰번호, 하시는 일 등을 위 이메일로 보내주십시요.
참가비 : 20,000원(강의료, 간단한 석식)
* 학생은 무료.

모든 분들에게 개방된 세미나입니다. 많은 참여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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