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 당론 결정 열린우리, "盧心 이다" 어정쩡한 봉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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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라크 파병에 대한 입장을 정하기 위해 17일 열린우리당 의총에 참석한 의원들이 토론을 듣고 있다. [김태성 기자]

열린우리당이 결국 이라크 추가파병에 대한 정부 방침을 수용했다. 그러나 과정은 마지막까지 순탄치 않았다.

열린우리당은 17일 정책의원총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16대 국회의 (파병 동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정했다. 이에 앞서 전날 밤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고 온 당 지도부는 소속 의원들을 향해 마지막 설득에 나섰다. 신기남 의장은 "대통령의 고뇌에 찬 부탁 말씀이 있었다"며 "집권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천정배 원내대표도 "올 연말에 정부가 이라크 파병 기한 연장을 요청하면 어차피 다시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국익을 존중하고 변화된 상황에 조응하는 현명한 결정을 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간 파병 반대 또는 재검토 의사를 밝힌 의원들은 완강했다. 가장 먼저 반대 토론에 나선 임종인 의원은 파병해서는 안 될 이유를 열가지나 대며 지도부를 압박했다. ▶이라크 전쟁은 부도덕한 침략 전쟁이며 ▶우리의 파병은 헌법과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고 ▶추가 파병 때 스페인과 같은 대규모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등이다. 임 의원은 "임진왜란 후 광해군의 실리외교를 상기하자"고도 했다. 이어 최재천 의원은 "파병지인 아르빌이 쿠르드족 거주 지역으로 향후 종족분쟁 등의 위험 발생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외교관 출신의 정의용 의원은 "파병을 약속한 나라 중 아직까지 이행하지 않은 것은 우리나라뿐"이라며 "약속 불이행은 국제사회에서 치명적인 약점"이라고 말했다.

김원웅 의원은 이날 의총에서 결론이 난 뒤 "18일 오전 임종인.안민석.김재윤 의원 등 추가파병에 부정적인 의원 10여명이 모여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며 "오후에는 시민단체와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향후 민노당 등 야당과 함께 추가파병 문제에 대한 대정부 결의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결의안의 수위에 대해서는 "파병 철회부터 추가파병 연기까지 다양한 수준에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파병 문제는 앞으로도 여권 내의 '숨은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 연말 정부가 파병기한 연장 동의안을 냈을 때 파병 반대론자들이 다시 결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선하 기자<odinelec@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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