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본 경제] 희비 갈린 韓·日 베이비붐 세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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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10년의 깊고 어두운 잠에서 깨어나 도약하는 일본 경제. 꿈쩍도 않던 소비가 살아나는 이면에는 인구구조적 요인도 있다. 2차대전 직후 베이비붐 세대와 그 2세인 2차 베이비붐 세대가 소비 전선에서 활약한다. 1947~50년 매해 220만~230만명씩 태어난 인구가 891만명, 또 그 2세들이 여기에 필적하는 794만명이다. 인구 피라미드를 보면 툭 튀어나와 있다.

올해 54~57세인 1차 베이비붐 세대는 축복받은 세대로 통한다. 일본 경제가 세계를 호령하던 80년대의 과실을 고스란히 따먹었다. 내 집이 있고, 자녀 교육을 마쳤고, 퇴직을 앞둔 연배인데 요즘 말썽 많은 연금도 별 걱정없이 탈 수 있다. 여유가 있는 이들이 돈을 쓰기 시작하며 소비가 살아나는 것이다. 이른바 '신(新)3종 신기'(神器=디지털 TV.디지털 카메라.DVD 리코더)를 사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71~74년 매해 190만~200만명씩 태어난 그 2세들은 막 결혼해 가구와 자동차, 집 등을 장만하며 신소비 계층으로 떠올랐다.

인구구조상 20년 시차를 두고 일본을 따라간다는 한국은 어떤가. 60~63년생인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지금 40대 초반인데 아날로그도, 디지털도 아닌 '낀 세대'로 직장과 가정 양쪽에서 흔들린다. 직장에선 근근이 '38선'을 넘겼어도 '사오정'이 기다린다. 어느새 가정에선 엄마 목소리가 아빠보다 커졌다. 40대는 30대와 함께 인구 피라미드를 종(鐘) 모양으로 바꾼 주인공인데, 평생직장은커녕 취업 상태가 불안하니 있는 돈도 안쓰려 든다. 더구나 이들은 초.중.고교생인 자녀 교육에 들어가는 돈 때문에 등골이 휜다. 이런 점들이 전부는 아닐지라도 내수 부진의 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래도 두 나라의 인구구조를 보며 희망을 놓지 않는 것은 아직은 한국이 젊다는 점이다. 한국의 평균연령이 34세로 일본(42.6세)보다 9살 가까이 적다. 65세 이상 노령인구 비중도 한국(8.7%)이 일본(19.4%)의 절반에 못미친다. 정답은 뻔하다. 나라 전체가 더 늙기 전에 더 열심히 벌고 기술을 개발해 산업을 일으켜 강한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양재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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