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드는 이회창대표진영 실책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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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한국당 이회창대표의 소위 실세 7인방 하순봉 (河舜鳳).서상목 (徐相穆).백남치 (白南治).황우려 (黃祐呂).박성범 (朴成範).변정일 (邊精一).김영일 (金榮馹) 의원의 각종 실책론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와의 협의채널 부재 (不在) 등 정치적 아마추어리즘, 사전 공론화 절차가 전무한 위상과시형 결정, 비 (非) 공식 라인의 지나친 현안 개입이 당내에서 일제히 입방아에 오르기 시작한 것. 全.盧씨 사면문제를 언론사에 흘려 '추석전 사면' 을 기정사실화하려 했던 것이 이들의 대표적 실책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흥주 (李興柱) 비서실차장.고흥길 (高興吉) 수석특보등 특보단은 휴일인 지난달 31일 모여 추석전 全.盧씨 문제 입장정리에 대한 건의안을 마무리, 후원회사무실의 李대표를 찾아가 전달했다.

특보단의 건의안은 사면이란 구체적 용어 대신 추석전에 全.盧씨가 풀려나 가족들과 함께 지내며 차례.성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수준이었다.

사면이냐, 형집행정지냐 하는 문제는 청와대에 선택의 폭을 줘야 하며 시기도 추석전이 안될 경우 개천절도 모색할 수 있다는 의견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보단은 李대표에게 1일 아침 당직자회의를 마친 후로 발표시점을 건의했고 이에 따른 여론조사도 제안했다.

협의의 모양새를 갖추자는 의도였다.

그러나 특보단이 빠져나간 이날 저녁. 후원회 사무실에 모인 변정일.황우려.박성범.서상목.김영일의원등이 李대표에게 언론을 통한 사전발표를 강력히 압박하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는 후문이다.

이들은 건의내용도 '추석전 사면' 으로 구체화했다.

특보단과는 별도로 1주일전부터 '추석전 사면' 방침을 정리해왔던 이들은 2일까지의 보안우려를 이유로 들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실제 '全.盧씨 사면' 이라는 빅 카드를 자신들의 '작품' 으로 만들려는 공 (功) 다툼의 인상이 짙었다는게 주변의 감 (感) 이었다.

이들은 청와대와 사전조율을 거치지 않아 李대표로부터 사면준비 지시를 전해들은 강삼재 (姜三載) 사무총장도 "청와대와 으레 협의를 거친 줄 알았다" 고 말할 정도였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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