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이전 여야 공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17일 여야는 수도 이전 문제로 격돌했다. 그간의 논란이 간헐적.간접적인 신경전이었던 데 비해 이날은 전면전 양상으로 흘렀다. 논쟁에 기름을 부은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다. 노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행정수도 이전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한 발언을 들어 야당 쪽에서 국민투표 불가피론을 들고나왔다. 반면 여당은 "지난 16대 국회 때 한나라당이 신행정수도 이전 특별법에 찬성, 통과시켜 놓고 이제 와서 딴소리냐"며 청와대와 정부를 엄호했다.

◇"수도 이전 반대는 반개혁"=열린우리당 신기남 당의장은 정책의총에서 한나라당의 수도 이전 반대를 '개혁에 대한 저항'으로 규정했다. 그는 "행정수도 이전문제로 지역감정까지 자극하는 것은 복고적이면서 상생의 정신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신 의장은 "개혁을 하려는 사람은 역풍에 시달리더라도 낙관적으로 느긋이 버텨야 한다"면서 "복고적 저항 국면에 항심(恒心)을 갖고 대응하자"고 총력전 돌입태세를 주문했다.

동시에 야당의 약점을 파고드는 데도 힘을 모았다. 대변인실은 '신행정수도의 성공적인 충청권 이전을 실현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한나라당 17대 총선 공약집, '행정수도 이전에 앞장서겠습니다'는 플래카드가 걸린 한나라당 지구당사 사진 등을 복사해 배포했다. 수도 이전을 위한 법안이 16대 국회에서 한나라당 참여 하에 통과됐다는 점, 이 문제가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논의되던 사안이라는 점도 부각하고 있다. 당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위원장인 박병석 의원은 수도 이전에 앞장서 반대하는 이명박 서울시장과의 1대1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이 시장이 '잠시 왔다가는 5년 임기의 정권이 수도 이전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했는데, 이 시장이 하는 사업들도 반대가 있으면 위험한 일이냐"고 반박했다.

◇"국민동의 거쳐야 한다는 게 분명해졌다"=한나라당 내에선 국민투표론이 봇물 터진 듯 나왔다. 한선교 대변인은 "사실상의 천도(遷都)에 대해 국민의 뜻을 물어야 한다는 게 명백해졌다"며 "이런 한나라당의 주장을 '반대와 회의적 시각을 가진 특정집단의 정치적 의도가 깔린 공세'로 몰아붙이는 것 자체가 또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국민투표 불가를 주장한 노 대통령을 겨냥,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을 의회 쿠데타라며 국회를 매도해온 대통령이 이제는 대의기관 운운하며 국회의 존재를 정당화하고 있다"며 "상황에 따라 다른 입장을 보이는 대통령의 처신으로 국민이 또 한번 불안해하고 있다"고 했다.

오전에 열린 상임운영위에서 김덕룡 원내대표는 아예 "노 대통령은 더 늦기 전에 정략적 '천도 카드'를 거둬들이라"고 했다. '다음 대선 이후 중단 또는 축소 가능성'을 언급한 김안제 신행정수도추진위원장의 발언을 들어 "노 정권이 다음 집권 카드로 이 문제를 이용하려는 게 분명히 드러났다"고 비난했다. 당내 연구단체인 '푸른정책연구모임'도 오전 모임을 열고 수도 이전 전면 재검토와 국민투표 실시를 주장했다.

이정민.강민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