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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반군·테러단체 '얼굴없는 대장'이 주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알제리 이슬람무장그룹 (GIA) , 스리랑카 타밀엘람해방호랑이 (LTTE) , 멕시코 사파티스타민족해방군 (EZLN)…. 냉전종식과 더불어 세계적으로 평화무드가 조성된 오늘날에도 지구촌의 국지적 분쟁을 주도하며 피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단체들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국제뉴스를 타는 이들 단체의 이름곁에는 항상 수십~수백명의 희생소식이 따라붙는다.

그러나 이들 단체를 이끌고 있는 지도자들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있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의 지도자 모하메드 오마르 (37) 는 얼굴없는 사령관으로 통한다.

오마르는 탈레반이 지난 96년 9월 수도 카불에 입성, 새 정부를 구성함으로써 사실상 국가수반의 위치에 올랐지만 아직도 그의 얼굴을 본 사람은 거의 없다.

그는 지난 3월 서방언론중 처음으로 미국 타임지와 인터뷰를 가졌지만 개인적인 질문과 사진촬영은 끝까지 거부했다.

그에 대해 알려진 것이라곤 강력한 카리스마의 소유자로 옛소련군과의 전투에서 한쪽 눈을 잃은 '애꾸' 라는게 전부다.

알제리 GIA 지도자 안타르 주아브리 (27) 는 현재 생사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는 사람이다.

거액의 현상금을 내걸고 주아브리의 체포에 혈안이 된 알제리 정부는 지난달 22일 대대적인 소탕작전으로 그를 살해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반군측은 즉각 서방통신사들에 전화를 걸어 이를 부인했다.

그는 과거에도 여러차례 사망설이 돌았으나 후에 건재함이 확인되곤 했다.

잔인함으로 악명높은 그는 정부군 뿐만 아니라 민간인.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학살과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

스리랑카 LTTE 지도자 빌루필라이 프란바카란 (45) 은 40대 후반의 나이가 말해주듯 관록의 투쟁가다.

벌써 14년째 전투를 지휘해 외부세계에 사진도 공개됐다.

그러나 그에 대해 실제 알려진 것은 별로 없다.

지난 91년 라지브 간디 전 인도총리의 암살을 배후조종한 장본인으로 알려져 있을 뿐이다.

정글을 벗어나 가끔 해외로 나가 리비아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등과 친분을 쌓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멕시코 EZLN 지도자 마르코스는 바깥세계에서 매우 낭만적인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큰 키에 갈색 눈동자를 가진 그는 항상 마스크를 쓰고 담배파이프를 물고 다닌다.

지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그는 인터넷을 통해 외부와 연락하며 유머와 시를 섞은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그는 지난해 정글속으로 찾아온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대통령의 미망인 다니엘 여사와 만나 정담을 나눠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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