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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백사장 청소하러 북한 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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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금강산 해수욕장을 말끔히 청소해 관광객들이 쾌적하게 피서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2002년부터 강릉 경포해수욕장에서 얌체 피서객이 백사장에 버린 각종 쓰레기를 치우는 자원봉사를 해온 전인기(50.태원건설 대표)씨가 이번에는 북한 고성 금강산해수욕장의 '백사장 지킴이'로 나선다.

강릉에서 전문건설업체를 운영하는 전씨는 18일부터 사흘 동안 직원 두명과 함께 비치 클리너 한세트를 가지고 방북, 현대아산이 올해 개장하는 금강산해수욕장에서 백사장 청소 자원봉사 활동을 한다.

"지난달 백사장 청소를 하다 현대아산 직원을 만났습니다. 그 직원은 '오랫동안 이용객이 없어 금강산 해수욕장 백사장 곳곳에 풀이 돋는 등 청소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남북 교류 활성화에 조그마한 보탬이라도 되고자 자원 봉사를 결심했죠."

전씨가 가져가는 장비는 백사장 모래 속 15~20㎝까지 훑으며 각종 쓰레기를 걷어낸 뒤 자동으로 적재함으로 옮겨 싣는 미국산 비치 클리너와 앞에서 끌어주는 115마력짜리 트랙터 등이 한세트로 돼 있다.

"금강산 해수욕장에 아직 가보지 못했지만 그곳도 태풍 '루사'와 '매미' 피해를 보았던 곳이어서 나뭇가지나 해초 등이 백사장에 묻혀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동안 경포해수욕장에서 터득한 노하우를 활용해 청정 백사장으로 만들어 놓겠습니다." 그는 "현대아산이 사용하는 백사장의 길이가 600여m밖에 되지 않아 청소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북측이 원한다면 나머지 구간도 청소해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13년 전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 2급 장애인이 된 전씨는 "앞으로도 현대아산 측이 요청하면 '금강산 바람 한번 쐰다'는 생각으로 언제든지 달려가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강릉=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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