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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치 앞도 못본 택시완납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택시기사가 번 돈을 전액 회사측에 납부하고 정해진 월급을 받게 된다면 택시의 서비스는 크게 개선될 것이다.

액수와 상관없이 번대로 입금시키면 되니 운전기사가 과속.합승.승차거부 등을 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건설교통부가 1일부터 전면 실시키로 한 택시운송수익금 전액관리제는 완전월급제로 가기 위한 진일보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제도가 사업자측의 반발로 시행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라 실망스럽다.

사업자들의 입장은 운전기사들이 성실하게 일하고 수익금을 전액 납부해야만 하는데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운전기사들에 대한 신뢰부재가 근본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택시 노사간의 불신은 뿌리깊은 일이다.

현행법상 불법임에도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도급제와 지입제, 기존 임금체계인 사납금제와 성과급제 등이 모두 양자간의 불신에 기인하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완전월급제로 바꾸는 것은 혁명과도 같은 것으로, 노사간의 신뢰조성, 경영풍토의 개선, 당국의 제도적.정책적 뒷받침 등이 어우러져야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의 준비과정을 돌이켜보면 도대체 이 제도를 시행하겠다는 의지가 있기나 했는지 의심스럽다.

건설교통부가 한 일이란 94년 자동차운수사업법에 '버는 돈을 모두 입금하라' 고 운전기사의 의무만 정해놓은 것이 전부다.

월급제 시행을 위한 기본 청사진조차 찾아볼 수 없다.

사업자측도 경영개선은 물론 운전기사들에 대한 불신을 극복할 기술적 준비나 노사관계의 개선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다가 나자빠진 꼴이다.

택시완납제의 토대인 노사간의 신뢰를 조성하는 일이 간단치 않다면 서비스개선을 위해 우선은 개인택시의 면허조건을 완화해 회사택시를 대체해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고 회사택시의 월급제 시행정책이 실종돼서는 안된다.

앞으로 고급 교통수단이 될 수밖에 없는 택시의 규모관리가 필요하고, 일본 MK택시의 예에서 보는 것처럼 서비스 경쟁력은 법인체가 더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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