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상정 시사’ 김형오 의장 “여야 타협 못하면 부여된 권한 행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김형오 국회의장이 26일 의장실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미디어 관련법이 26일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전격 상정되면서 2월 국회의 운명은 이제 김형오 국회의장의 손에 맡겨졌다. 민주당의 저항으로 정상적 국회 활동이 중단된 상황에서 쟁점 법안이 처리될 수 있는 길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말곤 없다.

이와 관련, 김 의장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여야 지도부가 쟁점 법안들에 대해 대승적 타협을 이루지 못할 경우 국회의장으로서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권한을 행사해 국회의 정상적인 의사진행과 민주주의 원칙의 수호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어 “민생과 경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안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여야가 진지한 논의를 해달라”며 “해당 상임위는 27일까지 관련 법안에 대한 심사를 모두 완료해 주길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이 직권상정을 하려면 그전에 언제까지 상임위에서 심의를 마쳐달라는 ‘심사기일 지정’ 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 때문에 그가 27일까지 심사 완료를 요청한 것은 심사기일 지정을 위한 명분 축적용으로 볼 수도 있다. 사실 김 의장은 지난 연말 국회 때 한나라당의 원성을 감수하면서까지 직권상정을 보류했었다. 그랬던 만큼 이번에 직권상정을 요청하는 ‘친정’의 아우성을 또다시 외면하긴 상당히 부담스러운 처지다. 다만 김 의장은 야당의 반발을 의식해 “상임위에 상정된 안건에 대해선 충분히 시간을 갖고 토론과 논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국회의 모든 의사일정은 즉각 정상화돼야 한다 ”고 촉구했다.

그는 이날 의장실로 찾아온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에게 “어제 문방위 사태는 내 입장과 맞지 않다”면서도 “이번 국회에서 민생경제법안은 처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같은 정황들은 김 의장이 본격적으로 직권상정을 검토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다만 설령 김 의장이 직권상정을 결정하더라도 시기와 폭이 어느 정도일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또 의장실에선 직권상정을 할 경우 본회의장에서 대규모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수 있는데 한나라당의 대응 태세가 충분한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정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