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 대결 오바마 > 진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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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 ‘공화당의 오바마’로 불리는 바비 진달(37) 루이지애나 주지사가 24일(현지시간)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벌인 연설 대결에서 참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CNN이 오바마의 첫 의회 연설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시청자의 92%가 오바마의 연설에 대해 긍정적이었다고 답했다.

뉴욕 타임스(NYT)는 사설에서 “오바마의 연설이 현재의 위기가 요구하는 포부와 완전한 비전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워싱턴 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 톰 셰일스는 “오바마는 형편없는 연설을 할 능력이 없는 것 같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반면 공화당이 오바마에 맞설 대항마로 내세운 진달 주지사는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AP통신은 26일“공화당의 스타로 떠오른 진달은 연설 내용과 스타일에 있어서 공화·민주 양당의 혹평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미 언론과 정가의 평가는 냉정함을 넘어 가혹할 정도다. 진달의 연설은 유치했으며 재앙 수준이었다는 평가다.

경기부양책에 대한 진달의 비판은 당장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그가 주지사로 있는 루이지애나주는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복구를 위해 연방정부로부터 수십억 달러를 지원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진달이 오바마 정부의 긴급 재정 지출을 비판하자 말도 안 된다는 것이다.

오바마의 경기부양책에 비판적인 NYT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블룩스조차 “국가가 직면한 심각한 경제 상황의 경고음도 듣지 못하는 음치 같다”며 “제정신이 아니다”고 말했다. 게다가 정부 역할 축소와 감세를 주장하는 공화당의 ‘레퍼토리’를 반복해 “지난 8년간 우리가 들어 온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혹평을 받았다.

연설 스타일도 도마에 올랐다. 폭스 뉴스의 정치평론가인 후안 윌리엄스는 “아마추어 같았고 연설 속도도 너무 단조로운 데다 연설 내용은 매우 단순해 유치할 정도였다”고 꼬집었다. 그의 격의 없는 연설 방식은 친근감보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는 역효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인도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진달은 브라운대를 졸업한 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그의 지성과 언변에 매료된 심사위원들이 30초 만에 그를 옥스퍼드대 로즈장학생으로 뽑았다는 일화는 전설처럼 전해진다. 연방 하원의원을 거쳐 2007년 루이지애나주의 첫 유색인 주지사에 당선됐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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