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돈, 장기 회사채 ‘기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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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연초 이후 장기 회사채 펀드에 돈이 몰리고 있다. 비과세 혜택에다 우량 회사채 값이 강세를 나타내면서 수익률이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26일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9개 장기 회사채 펀드로 올 들어서만 1334억원이 들어왔다. 순자산액도 지난해 말 552억원에서 25일 현재 세 배가 넘는 1906억원으로 증가했다.

장기 회사채 펀드는 지난해 정부가 채권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장기 투자자에게 비과세 혜택을 주기로 하면서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자산의 60% 이상을 국내 회사채와 기업어음(CP)에 투자하는 회사채 펀드에 3년 이상 거치식으로 가입하면 1인당 5000만원 한도 내에서 3년간 투자 소득에 대해 비과세한다.

하지만 상품이 출시되던 당시에는 회사채에 대한 불안이 가시지 않은 상태라 투자자들이 외면했다.

상황은 연초 이후 반전됐다. 지난해 10월 말 가장 먼저 나온 푸르덴셜운용의 ‘푸르덴셜장기회사채형’에는 지금까지 총 1108억원이 몰렸다. 이 중 856억원이 올해 들어왔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1.39%로 국내 채권형펀드 평균 수익률(0.44%)을 훌쩍 뛰어넘는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는 평균 -4.52%의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528억원이 들어온 한국투신운용의 ‘한국투자장기회사채형채권펀드’도 연초 이후 수익률이 2.59%를 기록했다.

이처럼 장기 회사채 펀드가 수익률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지난해 말 이후 회사채 가격이 강세를 보인 덕이다. 투자자들이 위험이 없는 안전 자산만 찾는 바람에 급격히 벌어졌던 국고채와 회사채 간의 금리 차이도 급속히 좁아졌다. 그러자 채권시장으로 들어오는 자금도 늘었고, 투자 가치가 있는 회사채를 놓고 선점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신화철 푸르덴셜운용 채권운용팀장은 “국고채와 회사채 간 금리 격차가 상당히 좁혀진 상태라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이겠지만 하반기 들어 회사채 가격이 강세를 보일 수 있고 증시 불안으로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태라 장기 회사채 펀드에 대한 관심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시중의 부동자금은 갈수록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4일 기준으로 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 6695억원이 순유입되며 설정액은 125조원을 넘어섰다. 주식형 펀드의 순자산 총액은 전날보다 1조9083억원 줄어든 78조9124억원으로 80조원을 밑돌았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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