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액 적으면 이자 더 주고 다른 은행 ATM 수수료 면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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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고정관념을 뒤집은 금융상품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3개월 평균 잔액이 100만원 이하면 오히려 이자를 더 많이 주는 ‘KB스타트’ 통장이 100만 계좌를 넘어섰다고 26일 밝혔다. 출시 1년여 만이다. 가입자는 시간이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신규 가입 계좌가 월 5만~7만 개였지만, 이달 새로 개설된 계좌는 9만 개를 넘어섰다.

인기는 역발상에서 비롯됐다. 보통 은행 예·적금은 입금액이 많을수록 이자를 더 준다. 하지만 이 상품은 100만원(3개월 평균 잔액) 이하에 대해서만 연 4%의 이자를 지급한다. 게다가 휴대전화 요금 자동 납부 같은 거래를 추가하면 현금입출금기(ATM) 수수료도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소액 입출금이 많은 26~32세의 사회 초년병들에게 특히 인기다. 국민은행 수신상품부 정현호팀장은 “장년층에 비해 청년층은 작은 금리·수수료 차이에도 매우 민감하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 향했던 젊은 고객들의 발길을 은행으로 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스타트통장이 나이에 초점을 맞췄다면, 기업은행의 ‘서민섬김통장’은 계층별 특성에 주목했다. 지난해 4월 출시한 이 통장은 잔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 다른 상품과 달리 최저 가입 금액을 없애고 거꾸로 가입 상한선(3000만원)을 뒀다. 기존 상품 구조를 뒤집은 것이다. 금리도 연 4%를 기본으로 최고 0.6%포인트까지 추가로 얹어준다.

지난해 4월 출시한 SC제일은행의 ‘두드림통장’은 출시 1년이 안 됐지만 잔액이 1조7250억원에 이른다. 금리(연 4.1%)는 정기예금 수준으로 주면서, 입출금은 마음대로 할 수 있게 해 상품의 경계를 허물었다. 어느 은행의 ATM을 이용하더라도 수수료를 면제해 한푼이라도 아끼려는 불황기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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