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크너·하이든 부천에서 만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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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필 브루크너 전곡 연주 Ⅵ
27일 오후 7시30분 / 부천시 시민회관 대공연장 / 1만5000원, 1만원 / 032-320-3481

영국 런던은 현재 클래식의 새로운 수도다. 런던 필하모닉·런던 심포니·로열 필하모닉·BBC 심포니·필하모니아 등 세계적 오케스트라 5개가 이 도시에 상주하고 있다. 바비칸센터·로열 앨버트홀·위그모어홀 등 일류 공연장에는 각 나라의 연주자가 모여든다. 하지만 영국 출신의 작곡가 전통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위풍당당 행진곡’ ‘사랑의 인사’로 친숙한 에드워드 엘가 정도다. 하이든(사진·左)·모차르트·베토벤은 물론 슈베르트·브람스 등으로 긴 계보를 썼던 독일·오스트리아의 전통에 크게 못 미친다.

런던은 이처럼 빈약한 작곡가의 전통을 음악 비즈니스로 채워 왔다. 올해로 서거 200주기가 된 하이든은 이 도시에서 새로운 세계를 만났다. 주로 오스트리아 빈에서 귀족과 교회를 위해 작곡하던 그는 5년 동안 두 번 영국을 방문했다. 이 도시에는 대중을 상대로 한 ‘상업적’ 음악회와 악보 출판업의 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하이든이 이 거대한 음악 시장에 머물 때 쏟아낸 12곡의 교향곡(93~104번)은 그래서 ‘런던 교향곡’이라는 별명으로 묶이게 된다.

부천 필하모닉은 이 같은 역사를 은유하는 절묘한 프로그램을 짰다. 19세기 후반의 교향곡 개혁을 이룬 안톤 브루크너(사진·右) 교향곡 전곡(9곡) 연주에 하이든을 끼워넣은 것이다. 27일 연주회는 부천필의 여섯 번째 브루크너 시리즈다. 이 시리즈는 지난해 시작해 내년까지 이어진다. 부천필은 여섯 번째 연주에 하이든의 ‘런던 교향곡’ 중 94번 ‘놀람’을 브루크너의 첫 번째 교향곡과 함께 묶었다.

단순히 하이든의 서거 200주기를 기념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브루크너는 거대하고 폭발적인 교향곡의 시대를 연 인물이다. 하이든이 궁정·교회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대중을 위한 교향곡을 만들면서 1기 쇄신을 했고, 브루크너는 교향곡 개혁에서 하이든의 후배뻘이다. 작곡가 고우씨는 부천필의 프로그램에 대해 “하이든과 브루크너의 교향곡은 음악사의 중요한 전환점을 만든 작품들이다. 부천필의 연주회는 이 드라마틱한 두 장면을 생생히 전달할 것”이라고 풀이했다. 말러에 이어 브루크너의 교향곡 전곡 연주회를 꾸준히 이끌고 있는 부천필의 상임 지휘자 임헌정씨의 결장(缺場)은 아쉬운 소식이다. 임씨는 몸이 좋지 않아 이번 연주를 쉬고, 대신 후배 지휘자 김영언씨가 지휘봉을 잠시 넘겨받는다. 뜻밖의 교체로 스타 지휘자가 탄생할 가능성도 엿보이는 흥미로운 기회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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