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상정 때 법안명 안 밝혀 무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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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25일 ‘미디어 관련법’을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전격 상정시키면서 더 이상 야당에 계속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출했다. 물론 상정은 법안의 심의와 통과를 위한 첫 단추에 불과하며 본회의 통과까지는 많은 단계가 남아 있다.

정상적 절차에 따른다면 앞으로 미디어 관련법은 문방위 법안소위,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까지 받아야 본회의에 올라갈 수 있다. 한나라당이 남은 2월 국회에 남은 단계를 모조리 추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법안 상정 후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일방적으로 처리할 생각은 없다. 야당이 논의에 응해준다면 충분히 합의 처리될 수 있다”며 유화적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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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동의를 얻지 못한다면 정상적으로 남은 절차를 이어가기란 굉장히 어렵다. 반발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이 앞으로 문방위 회의를 실력 저지할 가능성이 크고, 법사위로 가더라도 민주당 소속인 유선호 법사위원장이 순순히 미디어 관련법을 통과시켜줄 가능성은 없다.

그럴 경우 한나라당은 다시 한번 김형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가능성에 기대를 걸 게 분명하다. 지난 연말 국회 때 김 의장 측에선 “상임위에 상정도 안 된 법안을 직권상정 하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번 법안 상정이 의미를 갖는 것도 이런 측면에서다. 또 직권상정의 여건이 조성되면서 한나라당의 대야 협상력도 높아졌다. 대화와 직권상정 압박을 병행하면서 타협안을 도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상정 무효 논란=민주당은 이날 법안 상정을 ‘날치기 미수사건’으로 규정하며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여야 간사 간 의사일정 합의가 전혀 없었고 ▶문방위원들에게 의안을 사전 배부하지 않았으며 ▶고흥길 문방위원장이 사용한 ‘미디어법’이란 표현은 상정한 22개 법안 명칭에 없다는 이유를 들어 법안 상정은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방위의 한나라당 강승규 의원은 “이미 19일 회의 때 고 위원장이 22개 법안을 모두 읽으면서 앞으로 ‘미디어법’이란 표현을 쓰겠다고 고지했기 때문에 민주당 주장은 억지”라고 반박했다. 또 간사 간 의사일정 합의가 안 되더라도 상임위원장은 안건을 결정할 권한이 있으며, 법안 상정 직전 의원들에게 의안도 나눠줬기 때문에 절차상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고 위원장이 의원들의 이의 여부를 묻지 않고 상정했다는 점도 문제삼고 있다. 그러나 국회 관계자는 “국회법상 상임위원장은 의사일정의 안건을 추가·변경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없다”고 해석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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