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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들 생즉사 사즉생 각오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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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취임 첫돌인 25일 이명박 대통령은 오전 8시를 조금 넘겨 청와대 본관 집무실로 출근했다. 그러고는 일정보고를 받고 금융 동향 등 각종 현안 보고서를 훑어봤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과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이날의 의미를 잊은 것은 아니었다. 그는 관저를 나서며 1년 전 취임식 때 맸던 옥색 넥타이를 직접 골라 맸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취임 때 마음으로 일하자는 각오를 다지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도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하지는 않았다. 대신 지난 1년의 의미를 새기고 각오를 다지는 내부 행사들을 준비했다.

우선 이날로 예정됐던 수석비서관회의를 모든 비서관이 참석하는 확대비서관회의로 개최했다. 회의를 주재한 이 대통령은 “지난 1년은 소중한 한 해였다”며 “열심히 일했지만 실수도 있었고 시행착오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난 1년에 묶여 있어선 안 된다. 우리는 5년 국정 운영의 결과로 평가받는 것이다. 비판은 겸허하게 수용하고 다양한 여론을 경청하되 일희일비하거나 좌고우면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강부자(강남 땅부자) 내각’ 논란, 광우병 파동 등으로 첫걸음부터 휘청거린 집권 1년차의 기억을 잊지는 말되 이 때문에 위축돼서도 안 된다는 주문이었다.

비서관 회의를 마친 뒤 이 대통령은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구내식당에서 비서관들과 식사를 했다. 메뉴는 ‘특식’으로 준비된 갈비우거짓국·잡채·생선전이었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경내 마당에 마련된 ‘취임 1주년 사진전’을 둘러보고, 최근 새로 개장한 면회실에서 특보들도 만났다.

이 대통령의 저녁 식사 파트너는 국무위원들이었다. 한자리에서 도시락을 먹어가며 안건을 의결하고 자유토론도 하는 새로운 형식의 ‘저녁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세 시간 동안 진행된 토론의 주제는 국정 운영 방식 평가와 공교육 개혁 방안 등이었다.

이동관 대변인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정부가 추구하는 법치가 ‘따뜻한 법치’임을 알려야 한다” “당과 정부 사이에서 설익은 정책 발표를 지양해야 한다” “공무원들이 혼(魂)을 가져야 열정을 분출할 수 있다” 는 등의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이 대통령은 “장관들은 이순신 장군의 말처럼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의 각오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또 23일 있었던 노사민정(勞使民政)의 경제 회복을 위한 대타협을 다시 언급하며 “10년 전 외환위기 때 국민들이 금 모으기에 나섰던 것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며 “여러분도 확신을 가지고 함께 나아가자”고 국무위원들을 격려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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