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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도 브라운도 “소통은 유튜브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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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네덜란드는 유럽에서 두 번째로 세금을 적게 걷습니다. 그런데 연금은 영국보다 두 배나 많이 줍니다. 영국 정부가 연금을 짜게 주는 이유가 뭡니까?”

영국의 한 노인이 지난해 12월 고든 브라운 총리에게 이같이 따져 물었다. 인터넷 동영상 공유사이트인 유튜브(www.youtube.com)의 영국 총리실 채널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서다. 그러자 브라운 총리도 동영상으로 답했다. “선생님이 받을 연금은 4월부터 늘어날 겁니다. 다만 지금은 연금 재정을 축내기보다는 더 쌓아야 할 때라 만족하지는 못할 수도 있습니다.”

영국 총리실이 의사당에서 진행해온 ‘총리와의 대화’ 코너를 지난해 6월부터 유튜브(www.youtube.com/downingst)로 옮겨 놓자 각계각층에서 동영상 질문이 쇄도하고 있다. 14세의 한 소년은 “16세도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하고 교육받았다”며 “유권자의 연령을 16세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올렸다. 다른 소년은 “런던이 최근 폭력배와 연계된 흉기 범죄가 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금속 탐지기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언론들은 총리의 답변이 늦으면 “게으르다”는 질타를 쏟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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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이용자가 전 세계로 확산하자 세계 각국 지도자가 앞다퉈 유튜브를 정책 홍보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2005년 20대 미국 청년 세 명이 만든 동영상 공유 사이트가 세계 각국 정부와 정치인의 홍보 채널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유튜브의 잠재력을 일찌감치 내다본 정치인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다. 그는 대선 출마 선언 전인 2006년 5월부터 유튜브를 활용해 젊은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전 세계 네티즌은 그가 개설한 유튜브 채널(www.youtube.com/barackobamadotcom)을 2100만 번 이상 방문했다. 오바마는 대통령 취임 후에도 유튜브에 백악관 채널(www.youtube.com/whitehouse)을 만들어 매주 정례 연설을 발표하고 있다. 21일 경기부양법안에 서명한 직후엔 정부 돈을 언제 어디에 쓰는지를 직접 설명하는 정례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이 동영상의 조회수는 4일이 지난 현재 12만 건을 넘겼고 댓글은 1000여 개가 달렸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오바마가 ‘멀티미디어 대통령’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 왕실도 유튜브를 활용하고 있다. 영국 왕실은 2007년부터 채널(www.youtube.com/theroyalchannel)을 이용해 왕실의 역사와 여왕의 일상생활이 담긴 동영상을 70여 개 올렸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니콜라 사르코지와 만찬을 즐기는 장면과 찰스 왕세자가 “아마존 지역의 열대우림을 보호하자”며 환경보호 운동을 벌이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채널을 만들 당시 “이제 성탄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개인적으로 직접 전달할 수 있게 됐다”고 반겼다.

유튜브 활용은 비영어권 국가로도 확산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자민·민주·공명 등 주요 정당이 모두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다. 각 정당은 유튜브를 통해 정책을 홍보하고 사회운동을 벌이기도 한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도 자민당 채널(www.youtube.com/LDPchannel)을 통해 한두 달에 한 번씩 유튜브에 출연한다. 올해 신년 인사에서는 영어 자막을 달아 세계인의 이해를 도왔다.

바티칸 채널(www.youtube.com/vatican)을 갖고 있는 로마교황청은 교황의 성탄 메시지와 행사 모습을 유튜브에 담아 세계인이 교황의 말과 행동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게 했다. 또 지난달에는 별도로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채널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김민상 기자

“유튜브에 채널 개설
한국 정부기관 없어”

아태 마케팅 총괄 상무

 한국 정부와 정치인의 유튜브 활용은 상당히 미흡한 편이다. 유튜브의 아시아태평양 마케팅을 총괄하는 박현욱(38·사진) 상무는 25일 “유튜브에 채널을 개설한 한국 정부 기관은 한 곳도 없다”며 “영어에 대한 부담 때문에 유튜브 활용에 소극적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비용을 별로 들이지 않고도 효과적으로 한국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수단이 유튜브”라고 강조했다.

- 정책 홍보에서 유튜브의 효과는.

“우선 대통령·정부 부처부터 채널을 열어 국민과 쌍방향 의사소통을 하는 게 필요하다. 유튜브는 문자가 아니라 동영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에 홍보 효과가 크다. 지방정부의 문화·관광 행사도 유튜브를 활용하면 기대 이상의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게다가 유튜브에는 젊은이가 많이 활동하기 때문에 특히 젊은 층에서 정부 이미지를 개선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

-언어가 다른 국가에도 효과 있을까.

“ 유튜브에는 캡션을 올리거나 외국어를 자동번역해 자막으로 올려주는 기술도 있다. 언어 장벽은 큰 문제가 안 된다. 한국 정부가 만든 동영상에 영어·한국어 자막을 넣거나 국가별로 자막을 자동 번역하는 기능을 이용하면 외국인도 한국 동영상을 큰 어려움 없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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