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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안정대책 방향]금융기관엔 '온정' 起亞엔 '냉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24일 저녁 강경식 (姜慶植) 부총리와 이경식 (李經植) 한은총재.김인호 (金仁浩) 경제수석간의 3자회동을 거쳐 골격이 잡힌 정부대책은 금융시장 안정과 기아그룹문제를 분리해 접근하고 있다.

개별기업 문제에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지키되 금융시장의 불안이나 국내 금융기관들의 대외 신인도하락에 따른 금융위기는 방치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부대책에 기아및 협력사에 대한 추가지원책이 포함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김선홍 (金善弘) 회장등의 사표가 전제돼야만 기아문제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는 정부 입장이 확고부동한데다 최근 시장상황은 기아문제와 직접 연관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협력사들의 연쇄부도가 더이상 확대되지 않고 있으며, 기아그룹이 비교적 순조롭게 굴러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강만수 (姜萬洙) 재경원차관은 "은행 입장에서 부도위기에 몰린 기업에 담보없이 추가로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것은 명백한 배임행위" 라고 강조했다.

한은 특융은 姜부총리가 끝까지 '알레르기' 를 보인 대목이다.

姜부총리로선 특융이 통화팽창으로 직결된다는 사실 못지않게 부실 정도가 심각한 다른 은행에 대한 '선례' 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더 고민했다.

그러나 "금융기관의 어려움을 좌시하지 않겠다" 는 정부의 의지 표명에 대해 시장의 냉담한 반응이 계속되고 오히려 금융당국의 '위기관리능력' 까지 의심하는 분위기마저 조성되면서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려웠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지지율 하락에 고민하고 있는 이회창 (李會昌) 신한국당대표가 정부의 대응자세에 노골적 불만을 표시한 것도 정부에 압박요인으로 작용했다.

재경원은 이에 따라 특융의 금리를 다소 높여 '특혜' 시비를 다소나마 줄이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부실 금융기관에 대해 정부가 지급보증을 서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해졌다.

실무진에서는 ▶정부및 한은이 지급보증 책임을 부담하겠다는 선언적 발표를 하고 ▶국회동의를 받아 지급보증절차를 진행한다는등 상당한 수준의 검토를 했던게 사실. 그러나 현 상황은 국가 전체적인 외화수급의 문제가 아니라 특정 금융기관의 신인도 저하에서 비롯된데다 1, 2차 석유파동때도 보증선례가 없었다는 점 때문에 보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정부의 이번 대책은 '시장에 떠밀려 나온 것' 으로 볼 수 있다.

"괜찮다" "아무 문제없다" 는 정부의 표면적인 설명과 달리 해외 금융시장에선 돈구하기가 어려워지고 국내 자금시장은 한은이 원화.달러화 가릴 것 없이 풀 만큼 소용돌이쳤기 때문이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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