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이강철 9년연속 두자리수 승리 무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5회말 4 - 2로 뒤진 롯데의 공격. 롯데는 선두 강성우의 볼넷을 신호탄으로 김영일과 김대익의 연속안타가 터져나와 순식간에 무사만루의 '황금찬스' 를 만들었다.

이때 해태 유남호 투수코치가 덕아웃을 나와 마운드에 서있는 투수 이강철에게로 다가갔다.

2 - 0으로 뒤지다 5회초 대거 4득점하며 역전에 성공,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한 해태 벤치로서는 위기감이 엄습한 것. 순간 유코치의 마운드행이 긴장완화용인지, 아니면 투수교체를 위한 것인지에 관심이 쏠렸다.

이날 이강철은 1승만 추가하면 올시즌 10승째를 채우며 '9년연속 두자리 승리' 라는 대기록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2점을 앞선데다 1이닝만 넘기면 승리투수의 요건을 채울 수 있어 투수교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유코치와 몇마디 나눈 이강철은 고개를 푹 숙인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선발 투수로서의 승리요건인 5이닝을 채우지 못한채 강판당한 것이다.

해태 김응룡 감독의 비정한 '승부사 기질' 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비록 선수의 기록달성도 중요하지만 치열한 순위다툼속에 1승을 확실히 따내는 것이 더 절실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승부 세계의 냉혹함이 새삼 느껴지는 한 장면이었다.

부산 = 강갑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