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이후 광우병 15건, 하지만 먹거리 신뢰는 잃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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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②캐나다 식품검역청 직원들이 식품 유해 여부를 정밀검사하고 있다. ③캐나다 모든 소의 귀에 의무적으로 부착되는 전자칩.

캐나다의 식품 안전관리 시스템은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다. 주관 부서인 캐나다연방식품검역청(CFIA)은 현지 식품업체들로부터 ‘저승사자’로 통한다. 농·축산물 생산에서 유통·판매까지의 전 과정을 빈틈없이 체계적으로 점검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기 때문이다. 먹거리 안전성에 대해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고든 콥 CFIA 앨버타주 담당 수의관은 “현지 업체들로부터 ‘결벽증에 걸린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많이 듣는다”며 “하지만 이처럼 엄격한 관리감독이 식탁 안전을 지키는 데 최소한의 필수요건이자 모두에게 이익이란 점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본지 기자가 방문한 캘거리 현지의 육가공품 제조공장과 사료공장들은 하나같이 엄격한 위생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었다. 공장 내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외투는 물론 반지나 시계·귀걸이 등 몸에 걸친 모든 장신구를 빼야만 했다. 신발도 위생 헝겊으로 돌돌 말도록 했다. CFIA 소속 검사요원들은 전국의 모든 식품제조 공장에 상근하며 생산 과정을 감시하고 있었다.

CFIA는 전국 207곳에 현장 사무소를 두고 7000여 명의 전문인력을 캐나다 전역에 파견해 감시활동을 하고 있다. 1년 예산은 7억 캐나다달러(약 8400억원)나 된다. 이들 검사요원은 현장에서 조금이라도 위생문제가 발생하면 즉각 비상경보를 발령, 모든 생산·유통 라인을 중단시킨 뒤 다른 보건당국들과 합동으로 심층 역학조사를 하게 된다. 그 결과 위해 물질로 판명된 제품은 전량 폐기하고 위생관리를 소홀히 한 업체에는 제재를 하게 된다. 콥 수의관은 “CFIA의 공인을 받지 못한 식품은 일반 수퍼마켓이나 편의점에 공급될 수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CFIA의 검사를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셈이다.

CFIA의 식품위생 검사는 동물에 투여한 일반 감기약 성분이 모두 사라졌는지까지 체크할 정도로 꼼꼼하고 치밀하다. 쇠고기에 대해서는 더욱 철저하다. 캐나다 전역에서 자라는 1400여만 마리의 모든 소에 개체추적 시스템을 구축한 게 대표적이다. 캐나다에서는 송아지가 태어나면 곧바로 왼쪽 귀에 일련번호가 적힌 전자칩을 부착한다. 태어나 방목되고 도축된 뒤 각종 육류 제품으로 일반인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전 과정이 컴퓨터에 기록되는 것이다. 해당 소의 모든 병력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이처럼 완벽한 수준의 역추적 시스템을 갖춰 놓고 있다는 점이 미국산 쇠고기와 가장 차별되는 부분이다. 미국은 이런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다. 2007년부터는 미국보다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사료 제한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국제수역사무국(OIE)이 지정한 광우병 위험물질을 모든 종류의 가축 사료와 애완동물용 사료, 비료 등에서 원천 제거하도록 의무화했다.

이 같은 정부의 노력은 국민의 절대적 신뢰로 이어지고 있다. 2003년 이후 캐나다에서 15건의 광우병이 발생했지만 그때마다 오히려 일반인의 쇠고기 소비가 크게 늘어난 게 단적인 예다. CFIA는 발병 사례가 확인되자마자 주저 없이 곧바로 언론에 발병 사실을 알렸고, 국민은 정부가 모든 위험물질을 100% 제거한 뒤 결코 식용으로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했다. 지난해 멜라민 파동 등 잇따른 먹거리 논란으로 정부의 위생관리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최고조에 달한 우리 사회에 적잖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대목이다.

캘거리·밴쿠버=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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