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시라크대통령 딸 국정개입 구설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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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클로드 어디 갔어. "

자크 시라크 (64) 프랑스대통령은 수시로 차녀인 클로드 시라크 (34) 를 찾는다.

시라크 대통령에게 클로드는 엘리제궁의 단순한 공보비서관이 아니다.

그녀는 부친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엘리제궁의 실질적 안주인 노릇을 하는 가장 중요한 정치적 조언자로 통한다.

시라크 대통령이 클로드 문제로 프랑스 여론의 구설수에 올라있다.

딸을 비서관으로 데리고 있어서가 아니다.

프랑수아 미테랑 전대통령도 아들을 비서관으로 쓴 일이 있다.

국사 (國事) 를 딸에 너무 의존하는 것같아 걱정이라는 지적이다.

프랑스 주간잡지인 VSD 최신호는 '클로드 시라크 미스터리' 란 특집기사를 통해 그녀의 역할에 본격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위험하다는 것이다.

클로드는 95년 5월 부친이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엘리제궁 공보담당 비서관으로 임명됐다.

그전에는 광고회사에서 일했다.

공보실 직제상 카트린 콜로나 대변인 바로 다음 서열이다.

대통령의 대외 이미지 담당이 그녀의 공식역할로 돼있다.

프랑스 언론매체에 투영되는 부친의 이미지를 관리함으로써 대통령의 인기도를 유지하는 것이 주어진 임무다.

하지만 실제 역할은 그 수준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시라크 대통령이 의지하는 가장 가까운 참모로 중요한 정치적 결정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클로드는 부친이 대통령 선거운동에 나설 때부터 정치적 조언자로 활약했다.

지난봄 시라크 대통령의 정치적 실착 (失着) 으로 끝난 의회해산과 조기총선 결정에도 클로드의 의견이 많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시라크 대통령과 가까운 많은 사람들이 클로드 문제를 걱정하고 있지만 이 문제만큼은 타협의 여지가 없는 '성역 (聖域)' 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만큼 시라크 대통령의 차녀에 대한 신임은 각별하다.

시라크 대통령과 부인인 베르나데트 여사 사이에는 딸만 두명이다.

클로드는 한때 동거 (同居) 관계에 있던 전 프랑스 국가대표 유도선수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티에리 레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마르탱 (2) 을 두고 있다.

파리 = 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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