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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한국 갤러리, 마드리드 찬바람을 뚫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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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미술관의 도시’라 불리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11~16일 열린 ‘2009 아르코’ 전시장에서 한 관람객이 중국의 페이지(Feizi) 갤러리가 내놓은 작품을 뜯어보고 있다. [아르코 제공]


아르코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아르코에는 32개국에서 238개 갤러리가 참가했다. 지난해 295개 갤러리에서 57개가 줄어든 데다 캐나다와 일본에선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페마 컨벤션 센터의 전시 공간은 예년보다 넉넉했다. 루데스 페르난데스 아르코 아트페어 조직위원장은 이런 현장을 “절제된 성장과 조용한 업계 분위기가 만들어낸 매우 특별한 아트페어”라고 표현했다.

◆아르코에 간 한국 갤러리=한국 참가 화랑수도 지난해 5곳에서 올해는 아라리오· 가나아트· 원앤제이 등 3곳으로 줄었다. 이들의 판매 실적은 ‘아르코 아트페어’의 전반적인 침체를 감안하면 ‘선전’으로 평가된다.

가나아트의 경우 25점을 출품해 10점을 팔았다. 가나아트 이장은 대리는 “2006, 2007년과 비교하면 판매된 작품 수는 줄었지만 올해는 대부분 높은 가격에 팔린 덕에 매출액은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가나아트 부스의 한가운데 전시된 이환권씨의 조각작품 ‘아들과 딸’은 스페인 조각박물관이 구입했다. 정명조씨의 작품 네 점은 각기 다른 수집가들에게 팔렸다. 이 대리는 “예전 같으면 전시 개막 후 첫째 날이나 둘째 날에 매매 계약이 이루어졌는데, 올해는 수집가들이 2~3일을 고민하고서 신중하게 구매를 결정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아라리오 갤러리는 15점을 내놓아 이중 6점의 판매를 성사시켰다. 아라리오는 한국 작가 외에도 중국·인도 작가의 작품을 선보였다. 인도 유망주 지티시 칼랏의 작품이 10만 달러가 넘는 가격에 팔려 아라리오 판매작품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원앤제이는 출품작 6점 중 2점을 유럽 수집가에게 팔았다. 원앤제이 출품작 중 김종구 작가가 특유의 쇳가루와 영상기기를 이용해 만든 풍경화 설치 작품은 방문객의 높은 관심을 얻어 현지에서 스페인 전시 계약이 이루어졌다.

◆아르코 아트페어의 성공 배경=스페인에는 투우· 플라멩코·레알 마드리드 외에도 풍부한 미술 자산이 있다. 피카소· 달리·고야· 벨라스케스 같은 거장 화가들의 고향답게 도시마다 미술관· 갤러리들이 넘쳐나 마드리드에만 미술관이 70개를 넘는다.

프라도 미술관(Prado Museum),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Reina Sofía Museum and Art Centre), 그리고 티센-보르네미차 미술관(Thyssen-Bornemisza Museum) 등 마드리드 3대 미술관이 모여 있는 ‘아트 트라이앵글’은 미술 애호가뿐 아니라 관광객에게도 필수 코스다. 이 미술관들은 걸어서 10분 거리 안에 모여 있어 ‘예술 산책로(Art Walk)’로 불린다.

2012년 서울 소격동 기무사터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들어서면 서울도 ‘미술관 트라이앵글’(덕수궁미술관·서울시립미술관·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갖추게 되는 만큼 마드리드의 ‘아트 트라이앵글’은 한국 미술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르코 아트페어가 성공한 바탕에는 미술에 대한 스페인 사람들의 높은 관심과 꾸준한 지지가 깔려 있다. 마드리드 관광청에 따르면 지난해 530만 명이 3대 미술관을 방문했다. 미술계가 침체를 보이기 시작한 해였음에도 방문객이 10만 명 늘 정도다.

마드리드= 김형은 기자

◆아르코 아트페어=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해마다 열리는 국제 아트페어(미술견본시장)다. 올해로 28회째를 맞았다. 스위스 ‘바젤 아트페어’, 영국 ‘프리즈 아트페어’, 독일 ‘퀼른 아트페어’, 미국 ‘아모리쇼’와 ‘시카고 아트페어’ 등과 함께 세계 미술시장을 주도하는 주요 아트페어 중 하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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