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추억] 88올림픽 성공적 개최 … 영어 능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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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서울시장과 총무처장관을 지낸 김용래(사진)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이 20일 오후 9시30분쯤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75세. 고인은 이날 강연 도중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1934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경기고·서울대 법대를 나와 서울대에서 법학석사를 받았다. 7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정통 내무행정관료로서 내무부·농림부에서 일했다. 33세였던 66년 최연소 이사관으로 서울시 내무국장을 맡았고, 이어 농림수산부 축산국장, 총무처 기획관리실장을 지냈다. 75년 중앙공무원교육원장을 맡은 이래 총무처차관, 대통령 정무2수석비서관 등 차관급으로만 11년간 일했다.

86년 경기도지사를 거쳐 87년 12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서울시장을 맡아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노태우 당시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워 경기도지사 재임 중 연두순시를 온 노 대통령으로부터 “고향에 온 것처럼 훈훈하다”는 말을 들었을 정도였다.

고인은 기획과 조직 업무에 능하고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행정가로 통했다. 영어에 능통하고 바쁜 공직생활에서도 외국 시사 주간지를 빠뜨리지 않고 탐독한 자기계발형 공직자로 유명했다. 결재 또는 보고를 받을 때 미심쩍은 사항이 있으면 옆방에 마련된 간이 도서실에 들어가 법조문과 규정을 확인한 뒤 결재할 정도로 치밀했다. 언변이 뛰어나 ‘탤런트 지사, 배우 시장’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90년 총무처 장관을 끝으로 공직을 떠나 학계에 투신, 경희대 교수를 거쳐 97년 덕성여대 총장을 지냈다. 지난해부터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으로 일해왔다. 충청향우회 중앙회장, 사랑의 녹색운동본부 명예총재 등을 맡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조송자 여사와 김환석(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환주씨(KBS 정치외교팀 차장) 등 2남이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발인은 24일 오전 9시다. 02-3410-6917.

이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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