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 봐도 개운치 않은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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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가 들면 젊었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기관도 곧잘 말썽을 일으킨다. 소변 기능이 그렇다. 어느 날 불현듯 오줌 줄기가 가늘어지면서 발등을 적시고, 소변을 봐도 개운하지 않다. 잠을 자다 한두 번씩 깨 화장실을 들락거린다. 나이가 들면서 숙명처럼 안고 가야 하는 질환, ‘전립선비대증’ 때문이다. 증상이 심해지면 삶의 질이 뚝 떨어진다. ‘아랫도리 얘기’니 터놓고 호소하기도 힘들다.

◆전립선비대증은 왜=전립선비대증은 고령화 사회의 대표적 질환이다. 50세 이상 남성의 50%, 70세에선 80%가 앓을 정도로 흔하다. 전립선(전립샘)은 정자가 매끄럽게 여성의 질을 통과하도록 끈끈한 액을 생산하는 기관. 나이가 들어 정액 생산이 불필요해지면서 점차 비대해진다. 그렇다고 전립선 조직이 증식해 비대증이 된 것은 아니다. 전립선에 종양(암은 아님)이 생겨 전립선 조직을 압박하며 성장하는 것이다. 전립선이 배뇨장애를 일으키는 것은 전립선이 있는 위치 때문이다. 경희대병원 비뇨기과 장성구 교수는 “전립선은 방광 바로 밑에서 소변이 내려가는 배뇨관을 반지처럼 감싸고 있다”며 “점차 조직이 커지면서 소변 줄기를 조인다”고 말했다. 전립선비대증은 또 방광을 자극해 소변을 자주 보게 한다. 소변을 참지 못해 가족과 함께 여행하는 것을 꺼리게 되고, 수면 중에도 자주 일어나 숙면을 취하기 어렵다.

◆심하면 콩팥 기능도 망가져=전립선비대증은 삶의 질뿐 아니라 심하면 생명도 위협한다. 방광의 잔뇨가 세균 감염의 원인이 되고, 이로 인해 전립선이 부으면서 갑자기 오줌이 안 나오는 요폐가 발생한다. 이윤수비뇨기과 이윤수 원장은 “오줌이 역류할 경우 신우·요관이 확장돼 수신증을 일으키고, 때론 신장 기능을 잃고 구토·설사·체중 감소 등 요독 증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초기 전립선비대증의 1차적인 치료는 약물이다. 그러나 크기가 줄지 않고, 계속 불편하면 수술을 고려한다. 장 교수는 “요도를 통해 볼펜 크기의 기구를 넣어 전립선을 전기로 깎거나 태우는 경요도 전립선 절제술을 가장 많이 활용한다”고 말했다. 레이저 치료는 비용이 많이 들고, 효과가 늦게 나타나며, 조직을 얻을 수 없어 간혹 동반되는 전립선암을 발견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예방할 수 있다=50대를 전립선 연령이라고 한다. 이때부터 전립선비대증이 급속히 진행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사람도 있듯 예방도 가능하다. 첫째 수칙은 전립선비대증을 촉발하는 요인을 끊는 것. 미국 프레드허친슨암연구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고지방 섭취가 전립선비대증의 발생 빈도를 31%가량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단백질을 많이 섭취한 사람은 오히려 발병률이 15%가량 줄었다. 신선한 채소 섭취, 적당한 음주는 비대증 유발을 감소시키는 데 기여한다. 채소의 항산화 성분과 알코올에 의한 혈액순환 덕분으로 해석된다. 전립선 부위의 마사지, 온열욕의 원리도 마찬가지.

적극적인 예방·치료를 위해 복용하는 약들도 있다. 프로스카라는 처방약은 남성호르몬이 강력한 DHT(활성형 남성호르몬)로 변환되는 효소를 차단한다. 문제는 일부에서 성욕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있다는 것.

소팔메토라는 성분도 비대증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다. 미국 대서양 해안을 따라 널리 분포하는 식물로 원래 인디언들이 빈뇨 또는 야뇨 증상에 민간요법으로 쓰던 약재였다. 전립선 비대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뒤부터 ‘노인의 친구’라는 애칭으로 개발됐다. 지금은 미국·캐나다에선 전립선 건강에 도움을 주는 건강식품으로, 독일·덴마크·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에선 약으로 개발돼 판매되고 있다.

전립선비대증 환자들이 유의해야 할 약도 있다. 이 원장은 “감기약·고혈압약·신경안정제는 배뇨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약 처방 시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고종관 기자

소팔메토 궁금증 풀이

■ 어떤 기능을 하나

DHT호르몬은 세포의 성장기보다 휴지기를 길게 해 전립선 조직을 계속 크게 한다. 이 과정 중 테스토스테론과 DHT호르몬의 전환 고리가 바로 5-알파-리덕테이즈라는 효소다. 소팔메토 열매 추출물은 이 효소의 활성을 저해해 전립선이 커지는 것을 막는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실험 결과 밝혀졌다.

■ 외국에선 어떻게 사용되나

주원료인 소팔메토는 마늘·녹차·노니주스 등과 함께 미국 허브시장에서 5대 식품에 드는 천연 식물성 소재다. 미국에선 약전(USP 25 2612p~2614p)에 등록돼 전립선 건강을 위한 건강기능식품뿐 아니라 처방 약의 소재로도 사용된다. 현재 미국은 2005년 1억3700만 달러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을 만큼 인기가 높다.

■ 임상 결과는

132명의 전립선비대증 환자에게 소팔메토 열매 추출물을 하루에 320㎎씩 1년간 섭취시켰을 때 전립선비대증 증상 점수가 유의하게 감소했고, 소변의 흐름이 개선되는 결과를 나타냈다.

■ 국내에선

CJ뉴트라에서 하루 섭취 기준 320㎎을 유지하고, 정상 세포분열과 면역에 필요한 아연(Zn) 성분, 식물성 소재 호박씨유 성분을 추가한 ‘전립소’라는 제품이 나와 있다.

증상으로 본 전립선비대증 진행 단계

■ 1단계 (초기 또는 자극기)

증상 : 소변이 자주 마렵다. 특히 자다가 1~2회 이상 일어나 소변을 본다.

소변을 볼 때 금방 나오지 않고 뜸을 들인다.

오줌 줄기가 가늘어지고, 아랫배에 힘을 줘야 나오거나 중간에 끊긴다.

소변을 참지 못하거나 자기도 모르게 소변이 나온다.

회음부의 불쾌감이나 하복부의 긴장감, 성기능 장애(발기부전, 조루증) 등이 일어난다 .

■ 2단계

증상 : 소변을 본 뒤에 또 보고 싶거나 개운치 않다.

소변이 방울방울 떨어지거나 어느 날 갑자기 한 방울도 안 나오는 잔뇨감이 심해진다.

■ 3단계

증상 : 잔뇨량이 증가해 방광의 배뇨력이 더욱 악화된다.

방광이 늘어나고 방광의 소변이 거꾸로 신장으로 올라가 역류 현상이 나타난다.

신장이 늘어나 수신증(신장에 소변이 고임)을 일으키고, 심하면 요독증을 유발한다.

신장이 아주 못 쓰게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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