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파일에 오익제씨 관련 여부 추측 무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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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월북 (越北) 한 전 천도교 교령 오익제 (吳益濟) 씨가 이른바 '황장엽 파일' 에 포함돼 있느냐의 여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유는 공안당국이 수사원칙상 공식적으론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안관련 고위당국자들이 각기 "黃파일과 관련없다" "확인해 줄 수 없다" 는등 뉘앙스가 다른 언급을 해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어떤 관계자는 정치적 의도에서 NCND (시인도 부인도 않는) 자세를 취해 혼선을 부채질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吳씨가 당고문출신이어서 문제가 확산되면 가장 타격을 받을 개연성이 높은 국민회의측은 여간 당혹스런 표정이 아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黃파일과는 관련없는 吳씨가 제발이 저려 일을 벌인 것같다" 며 관련설을 부인했다.

사실 공안당국이 黃파일 수사에 착수한 것은 그의 귀순 직후부터로 꽤 오래됐다.

그리고 7월10일 黃씨의 기자회견 당시에는 黃파일에 대한 수사방침을 공식 선언했다.

黃씨의 진술내용과 관계당국에 존안된 각종 정보자료를 토대로 대공수사활동의 연장선상에서 추적하겠다는 것이다.

그 결과 지금까지 '딱 떨어지는 혐의자' 는 찾아내지 못했으나 '냄새가 나는' 대상자들은 더러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문제의 吳씨는 '黃파일' 상의 수사 대상자는 아니었다는게 고위 정보당국자의 설명이다.

다만 吳씨는 黃파일과는 별도로, 오래전부터, 해외교포의 주선으로, 북한인들을 허락없이 만났을 가능성이 있었다는 점에서 내사 대상자였다는 것이다.

이 당국자는 해외교포가 누구인지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회피하고 있으나 그는 정.관.재계등 광범위한 범위에서 우리측 인사들과 접촉한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보당국은 吳씨가 이 교포를 통해 구체적으로 북한의 누구와 비밀리에 만났고, 어떤 행동을 해왔는지를 은밀히 내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吳씨가 93년 10월 베이징 (北京)에서 북한 조선천도교 중앙지도위원회 유미영 (柳美映.최덕신 미망인) 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에 사는 여동생을 만난 이후엔 더욱 내사의 강도를 높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그동안의 吳씨 언행에서 특별한 친북활동등 수상한 점은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저 천도교 교령으로 재직중 역점을 두었던 남북 천도교 교류.협력이 정부의 반대로 무산된 점, 천도교 내부의 불화등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사실등만 체크됐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보당국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는 다른 요인이 있을 것으로 보고 본격수사에 나서고 있다.

오래전부터 북한의 지하공작에 포섭됐거나, 아니면 개인적인 사유가 있었는지등 광범위한 차원에서 철저한 수사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黃씨와 관련된 인물과 吳씨의 관련성 여부도 수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 정보관계자는 "黃파일에 대한 조사를 한다니까 제발이 저린 사람들이 안달을 하고 움직인다.

그 인물들을 엮으면 진짜 파일이 될 것같다" 면서 "吳씨가 黃파일에 대한 수사얘기에 놀라 그동안 몰래 북한인과 접촉한 것이 들통날까봐 월북했을 가능성이 높다" 고 말했다.

안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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