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교 前교령들 월북동기 뭔가…"가족찾기·공명심"추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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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천도교 교령들은 왜 잇따라 월북했나. 최덕신 (崔德新).오익제 (吳益濟) 씨등 2명의 전 (前) 교령이 연이어 월북한 사건은 우연인가.

그러나 보는 시각은 몇갈래로 갈린다.

지난 86년 월북한 최덕신씨는 5.16직후 외무장관.서독주재 대사.통일원 고문등을 역임하다 70년대 들어 2대에 걸쳐 천도교 교령을 지냈다.

77년 9월엔 체류중이던 일본에서 미국으로 망명선언을 하고 미주지역에서 반정부활동을 벌이다 86년 4월 월북했다.

이후 북한에서 천도교 청우당 중앙위원장.조선종교인협의회장등을 지내다 89년 11월 사망했다.

이번에 월북한 오익제씨는 89년부터 94년까지 천도교 교령을 지내며 일반인들에게도 알려진 인물. 교단내의 민족통일연구회장.정부의 평화통일정책자문위원등을 맡아 통일문제 전문가로 알려진 그는 천도교의 자유스런 남북교류와 성지순례, 남북한 평화대회 개최 추진등 남북문제에 상당한 관심을 보여왔다.

교령직을 끝낸 후엔 국민회의 창당발기인.당 고문등을 지내며 정치권에 참여하기도 했다.

두사람의 월북 동기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관계자들은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있다.

첫째는 당사자들의 가족관계. 평북 출신의 崔씨는 70년대 초부터 부모와 형제들이 북한에 있다는 점을 자주 강조, 남북이산가족찾기운동을 주장해왔었다.

평남 성천 태생의 吳씨는 노모와 전처.자녀가 현재 북한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념.종교적 이유보다 이산가족 상봉차원에서 월북을 단행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또다른 하나는 두사람의 개인적인 공명심. 한때 박정희 (朴正熙) 전대통령의 유신 3선 개헌의 선전에 열성적이었던 崔씨가 북한에 가서는 김일성 (金日成) 을 '현세의 한울님' 으로 격찬한 것과 비슷하게 吳씨 또한 그동안 추진했던 남북 종교인 접촉의 좌절, 그리고 국민회의 정치활동에서의 미미한 입지를 월북이라는 카드로 만회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천도교측은 이들의 잇따른 월북에 당혹감을 나타내며 "개인적 사안일뿐 본 교단과는 전혀 무관한 일" 임을 밝히고 있다.

박정호.곽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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