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LERY]『문화재대관』금속공예편 나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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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호 08면

금빛 향연이다. 손의 마술이다.
문화재청(청장 이건무)이 최근 발간한 『문화재대관-국보(금속공예)』(총 312쪽)에는 선조의 화려한 손놀림과 선진 주조 기술이 고스란히 살아 숨쉰다. 국보(國寶) 중 금속공예품만 묶은 도록으로, 2007년 발간한 『회화ㆍ조각편』에 이은 한국 국보 시리즈의 두 번째 성과물이다. 전남 나주 신촌리 고분 출토 금동관(295호)을 비롯한 총 46건의 국보 금속공예품을 일반 공예와 불교 공예로 나눠 새로 촬영한 사진과 함께 상세한 해설을 담았다. 현재로선 비매품이다. 문화재청이 시도하는 국보 대관 시리즈는 전적류·도자류 등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왼쪽부터)1 금제교구(金製具·Gold Belt Buckle) 2 표충사 청동함은향완

1 금제교구(金製具·Gold Belt Buckle)
국보 제89호, 낙랑, 금, 길이 9.4㎝, 너비 6.4㎝, 국립중앙박물관
1916년 평안남도 대동군 석암리 9호분에서 출토됐다. 이 무덤은 기원후 1세기 전반경의 낙랑 고분으로, 현재까지 조사된 낙랑 고분 중 무덤 및 부장품 규모가 가장 크고 훌륭하다. 주인공은 누군지 알 수 없으나 낙랑의 최고위 계층 신분의 인물로 추정된다. 이 금제 허리띠 고리는 얇은 금판을 뒤쪽에서 쳐 고부조의 형상을 만드는 ‘타출기법’으로 제작됐다.

금제교구의 표면에는 상당히 높은 고부조로 일곱 마리의 용을 역동적으로 표현했다. 용들은 여러 크기의 금 알갱이와 금 선, 그리고 물방울 모양의 작은 터키석으로 장식됐다. 이렇게 금 선과 금 알갱이를 표면에 붙여 장식하는 기법을 ‘누금세공기법’이라 한다. 이 금제교구는 타출기법과 누금세공기법을 동시에 사용해 만들어진 보기 드문 것으로, 현재 한반도에서 출토된 금제 공예품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2 표충사 청동함은향완(表忠寺 靑銅含銀香·Silver-Inlaid Bronze Incense Burner of Pyochung Temple)
국보 제75호, 고려 1177년, 청동에 은 입사, 높이 27.4㎝, 입지름 26.2㎝, 표충사
청동 표면에 은 입사 기법을 활용한 이 향완은 경남 밀양 표충사에 있다. 높이와 입지름의 비율이 거의 1대1을 이루어 균형이 잘 잡혀 있다. 전면에는 구름을 헤치며 노니는 운룡문(雲龍文)이 눈에 띈다. 바람에 흩날리는 유운문을 공간에 적절히 배치해 마치 용이 구름을 헤치고 하늘을 나는 듯하다.

특히 용의 두 눈과 뿔, 배와 등 부분의 비늘, 입 주위와 목으로부터 꼬리까지 이어져 나타나는 갈기, 다부지게 오므리고 있는 발톱, 몸체의 윤곽선 등을 강조함으로써 마치 살아 꿈틀거리는 듯한 회화적 느낌을 주고 있다. 뒤쪽에는 ‘우주 법계(法界)의 생망(生亡)이 함께 보리(菩提)를 더하게 하기 위하여 이 향완을 만든다’는 발원이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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