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商街성당' 늘어난다…대도시 땅값 비싸 본당 신축 어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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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앞으로는 아파트 상가나 빌딩.오피스텔등에서도 소규모의 '상가 성당' 을 접할 수 있게 됐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지난해 10월 '신자 5천명 이상의 본당을 10년내 모두 분할한다' 는 기본 방침을 세우고 현재 신자수 1만명이상 본당은 올해까지, 9천명 이상은 98년까지 분할하는 방법으로 2006년까지는 4천명 규모의 본당을 도보 10분거리에 한개씩 배치한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수원교구도 신도시와 대단위 택지개발로 인한 수도권 광역화 현상 때문에 본당의 분할.신설문제가 시급한 실정이어서 '매년 12~15개 본당의 신설' 계획을 세웠다.

대도시 교구들이 최근 대형본당의 분할을 서두르는 이유는 냉담자의 증가와 보좌신부의 적체현상을 해소하고 비대해진 본당의 크기를 줄여 본당 사목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것. 또 대도시 외곽에 조성되는 신도시의 사목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도 '본당 분할' 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문제는 일선 사목자와 신자들이 이런 당위성에 공감하면서도 엄청난 재정적 부담과 성당부지 구입난 등으로 이같은 분할계획안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 따라서 상가를 임대해 입주하는 형태의 '상가 성당' 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개신교와는 달리 아직까지는 번듯한 성당을 지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상가 성당에 대한 사제들과 신자들의 인식은 '임시살림'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에 대해 상가 성당을 임시로 마련하고 조급하게 성당 건축을 서두를 경우 신자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과 함께 상가 성당을 대도시의 새로운 본당 형태로 인식해야 한다는 주장이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서울대교구 관리국장 이병문 (李炳文) 신부는 "홍콩의 경우 부지난으로 상가 형태의 성당이 일찌감치 자리잡고 있다" 며 "독립된 대지위에 본당을 지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선교와 사목의 효율성을 위해 이같은 형태를 적극 활용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에는 시흥4동과 봉천8동등 10곳에 상가 성당이 본당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반포 고속버스터미널과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동대문 평화시장등 특수지역의 공동체를 위해 준본당 형태의 상가 성당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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