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굼뜬 '이타이 이타이병' 대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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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진 사회부 기자

환경부가 14일 '이타이이타이병'여부 공방을 빚고 있는 경남 고성군 삼산면 병산리에 대해 민관 공동조사를 벌이겠다고 발표했다.

환경단체가 지난 3일 "마을 주민 7명이 이타이이타이 병으로 의심된다"고 발표한 지 12일 만이다. 그러나 이 기간이 마을 주민들에겐 길기만 했다.

문제 제기 이후 마을 일대에서 생산된 쌀 주문이 끊겼다. 횟집을 찾는 손님도 눈에 띄게 줄었다.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폐광이 있는 다른 지역 쌀까지도 반품되는 등 파문이 확산됐다.

주민들의 불만이 커졌다. 환경단체가 지난 8일 혈액을 채취하려 하자 삿대질하며 항의하는 주민도 있었다.

그러나 환경부의 대응은 느슨하기만 했다. 지난 6일 현지조사에 나섰던 국립환경연구원 관계자들은 환경단체가 조사한 주민 7명 중 3명의 피부만 살펴본 뒤 올라갔다.

그리고 환경부는 "이타이이타이 병과 맞지 않는 면이 많다"라고 발표했다. 일본 이타이이타이 환자에게 많이 나타난 신장 이상 증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자 마산.창원 환경운동연합이 "일본에서도 신장 이상과 이타이이타이 병 상관 관계가 명확하지 않았다. 뼈와 관련한 여러 증상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라고 반박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나아가 지난 8일 시민환경연구소, 공익환경법률센터 관계자 등 20여명의 조사팀을 현지에 파견했다.

이들은 주민 24명의 혈액을 채취하고 수질조사를 벌였다. 문제의 폐광 외 주변 2곳의 폐광의 유출수를 채취했다. 정부의 민관합동 조사 발표는 이같은 환경단체의 활동이 있은 뒤 나왔다.

이타이타이병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은 환경단체나 정부나 마찬 가지 일 것이다.

그러나 이타이이타이 의심 주민에 대한 대응 태도는 크게 달랐다. 주객이 바뀐 느낌이다.

해당 주민들은 이타이이타이병이 아니라는 얘기를 빨리 듣고 싶어한다.

이타이이타이병 여부 규명 책임은 환경부에 있다. 아니면 왜 아닌지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철저하고도 신속한 조사만이 해당 주민들을 불안감에서 빨리 벗어나게 할 수 있다.

환경부는 4000여명의 주민을 30여년간 조사해 이타이이타이 병을 밝혀낸 일본의 태도를 배워야 할 것이다.

김상진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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