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게 즐겁게]장어(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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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더위에 시달려 지치고 입맛을 잃는 여름철에 가장 좋은 보양식품으로 흔히 장어를 손꼽는다.

나도 장어를 즐기는 편이어서 이따금 이를 찾지만, 한창 젊었던 시절에는 그 맛을 즐기기 위해 광나루며 지금은 쓰레기 매립장으로 변해 버린 난지도까지 고생고생하며 찾아가 들곤 했다.

물론 자연산 민물장어였다.

당시만 해도 자연산이 흔했고 아직 양식장어가 있지도 않았던 시절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양식장어가 흔해진 대신 자연산장어는 만나 보기 어려울 정도로 귀해졌다.

강물이 오염되어 장어의 생존여건이나 환경이 어렵게 되었고, 물줄기를 가로막은 댐공사며 하구언 공사로 장어가 강을 오르내릴 수 없게 되어 서식권이 휠씬 좁아진 것이다.

댐이 있는 하구 가까운 곳에서만 서식할 수 밖에 없으니 자연산 장어가 귀해지지 않을 도리란 없다.

무엇보다 장어의 양식은 알을 부화시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치어를 잡아 기르기 때문에 강으로 올라오기 시작할 무렵부터 새끼장어를 몽땅 잡아들이니 어미장어로 자랄 틈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자연산 장어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임진강이나 영산강등 일부 산지에서 소량으로 잡힌다.

그러나 서울이나 중소도시에서 선보이고 있는 장어는 전량 양식장어라 믿어도 좋다.

자연산장어는 양식장어에 비해 등과 몸 전체가 누르스름하며 입이 뾰족한 것이 특징이다.

기름기가 더 많고 맛이 더 고소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몇년 민물에서 서식하다가 산란을 위해 바다로 내려갈 무렵의 장어의 맛은 각별하다.

이 무렵의 장어는 생식기관이 성숙되는 대신 소화기관이 퇴화하여 그 동안에 축적된 영양만으로 금식하며 깊은 바다의 산란장으로 향해 가는 만큼 맛이 좋을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자연산이 귀해진 만큼 별수 없이 양식장어에 기댈 수밖에 없고, 양식장어도 양어장마다 품종의 차이와 사육방법.조리법에 따라 각양각색의 맛을 즐길 수 있다.

홍성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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