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 범죄에 노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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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대구시수성구지산동 H아파트에 사는 김준호 (33.회사원) 씨는 지하주차장에 차를 댈때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습관이 생겼다.

최근 범죄감시용 폐쇄회로TV (CCTV)가 없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잇따르고 있는 납치사건이 자꾸 머리속에 떠오르기 때문이다.

金씨는 "주차장에 전등도 제대로 켜져 있지 않아 대낮에도 사람의 얼굴을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두운데다 CCTV마저 없어 불안하기 짝이 없다" 고 말했다.

아파트 주민들의 중요한 생활공간인 지하주차장이 이처럼 '공포의 장소' 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어두컴컴한 지하공간에서 일어나는 범죄행위를 감시할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은 곳이 많기 때문이다.

◇ 실태 = 대구경찰청이 최근 폐쇄회로TV 설치현황을 조사한 결과 주차규모 30대이상인 도심 아파트 2백38곳 가운데 71곳 (30%) 이 CCTV를 설치하지 않았고 설치된 나머지 1백67곳중 35곳 (21%) 은 경비부족등을 이유로 제대로 가동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 범죄 = 지난 7일 오후3시30분쯤 대구시수성구시지동 C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주차하던 주부 鄭모 (44) 씨가 20대 초반의 남자에게4시간여동안 납치됐다가 풀려났다.

지난 6월10일 오후11시쯤 수성구범물동 C아파트 주차장에서도 30대 남자 2명이 회사원 申모 (46) 씨의 얼굴에 스프레이를 뿌린 뒤 납치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이에 앞서 지난 5월15일 수성구범물동의 또다른 C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는 20대 남자 2명이 주부 李모 (37) 씨를 납치해 현금카드로 6백50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이 아파트들은 모두 폐쇄회로TV가 설치돼 있지 않은데다 피해자들이 범인의 얼굴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해 경찰이 범인의 윤곽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 대책 = 경찰과 구청측은 지난 5월부터 아파트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에게 CCTV설치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고 있으나 비용을 이유로 주민들이 설치를 기피하는 바람에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구경찰청은 최근 'CCTV를 설치하지않은 아파트에 대해서는 고발조치하라' 는 공문을 최근 각 구청에 보냈다.

◇ 규정 = 주차장법과 주택건설촉진법은 올 1월부터 30대이상을 주차시킬 수 있는 모든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에는 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이를 어기면 관리자 (입주자대표)에게 5백만원이하의 과태료를 물리도록 하고 있다.

또 올 7월1일 이후 건축허가된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에 CCTV를 설치하지 않을 경우 시공업체와 대표는 2년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게 돼 있다.

대구 = 홍권삼.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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