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추락 참사]현장 스케치…'사진·자료 사세요" 정보장사군 극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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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대한항공 801편 추락사고 발생 9일째인 14일에도 각 분향소마다 불귀 (不歸) 의 객 (客) 이 된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유가족과 친지들의 애도행렬이 줄을 이었다.

괌 현지에서는 이번 사고이후 문제가 됐던 공항관제시설에 이상이 생겨 항공기가 회항하는 소동을 빚었고 사고관련 사진이나 자료를 팔겠다는 정보장사꾼이 극성을 부렸다.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서울강서구화곡동 KBS 88체육관에는 오후2시30분쯤 성우 정경애 (鄭敬愛) 씨의 맏아들 장성민 (張聖民.10) 군의 급우인 윤중초등학교 5학년3반 학생 30여명과 학부모 10여명이 찾아와 張군의 넋을 위로했다.

張군의 짝이었던 백순규 (白淳圭.11) 군은 "괌에 가기 전날에도 성민이 집에서 같이 놀았는데…. 선물 사오겠다고 해놓고선…" 이라며 손에 들고있던 국화를 두 손으로 꼭 쥐고 울음을 터뜨렸다.

담임교사인 김미영 (金美榮.36) 씨는 "꿈이 가수일 정도로 다재다능하고 인기도 많았다.

워낙 활달해서 이런 사고중에도 살아있을줄 알았는데…" 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사돈지간으로 국립의료원에 함께 입원중인 이판석 (李判錫.55.교사.광주시남구봉선동) 씨와 김재성 (金再成.60.광주시남구용봉동) 씨는 극적으로 구출된 이후에도 만나지 못하고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골절상을 입은 李씨는 두 다리를 붕대로 동여맨채 "사돈을 만나고 싶으니 휠체어를 준비해 달라" 고 의사들에게 부탁했다가 충격을 우려한 병원측의 만류로 만나지 못하고 있으며 척추를 다친 金씨도 간병인을 통해 문안인사를 교환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이들은 李씨의 아들 종환 (34) 씨가 "회사로부터 포상으로 괌여행 티켓 4장을 받았다" 며 여행을 주선하는 바람에 따라 나섰으나 실제로는 종환씨가 지극한 효심에서 양가 부모의 관광을 위해 이같은 일을 꾸몄다는 사실을 알고 비통한 표정.

…사고이후 괌공항 관제시설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13일 밤에도 괌공항 활주로의 착륙유도램프가 꺼져 이날밤 도착 예정이던 항공기 3편이 사이판으로 회항했다.

이날 오후 8시15분쯤 괌공항 활주로의 착륙유도램프에 전력이 끊겨 불이 나가는 바람에 나우루항공 소속 비행기가 20여분간 공중을 선회하다 사이판으로 회항했으며 콘티넨털항공 소속 비행기 2편 역시 활주로 정전과 거센 바람을 피해 사이판으로 회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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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여객기 추락사고 현장인 괌에서 사고관련 기밀이나 사진등 자료를 고가에 팔아 넘기는 정보장사꾼들이 판쳐 빈축. 구조작업에 참여했던 한 소방대원은 13일 구조작업 당시 희생자들의 처참한 모습을 담은 관련사진을 보여주며 취재진들에게 미화 수백달러에 살것을 제의. 괌 출신 사진작가 C씨는 기자들의 접근이 금지됐던 메모리얼병원에 한국인 여자가 병상에 누워있는 장면을 담은 사진을 4백달러에 팔겠다고 했고 괌 현지 관계자는 정상고도기록을 넘겨주는 대가로 기자들에게 3백달러를 요구.

…희생자 시신이 화재나 부패등으로 심하게 훼손된 것으로 드러나자 유족들은 이들이 남긴 유품을 챙기는데 최선을 다하는 모습. 현장에서 시신을 수습하면서 신체에 붙어있는 시계나 목걸이.반지등은 시신과 함께 수거돼 별도의 봉투에 넣어져 시신과 함께 인도된다.

당장 주인을 구별할 수 없는 물품들은 따로 모아져 미국 케넌사에 보내진뒤 1년6개월동안 서울에서 전시될 예정이며 유족들이 소유품임을 입증하면 이를 찾아갈수 있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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