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출마 기정사실화 된 조순 시장의 앞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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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조순 서울시장이 대선출마를 기정 사실화했지만 그가 가야할 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같다.

먼저 趙시장으로선 민주당의 조직을 다시 세우고 확대해야 한다.

전국에 2백53개 지구당이 있지만 민주당이 현재 확보하고 있는 곳은 불과 1백47개. 그나마 부실 지구당이 많아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

아무리 이번 대선이 TV토론회등을 통한 멀티미디어선거라고 하지만 일개 지역이 아닌 전국을 대상으로 한 대선을 치르기 위해선 조직강화의 필요성이 절박한 것이다.

趙시장은 기존 정치인을 정리하고 새 인물을 대거 영입해 나간다는 복안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민주당의 기존 세력들이 이에 반발할 가능성이 커 입장 조율에 상당한 애로가 예상된다.

하지만 당명 (黨名) 개정을 통해 신당 창당의 효과를 얻고자 하는 趙시장측의 계획은 의외로 순조롭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기택 (李基澤) 전총재는 12일 "당원들의 반발이 심하지만 '민주당으로 득본게 뭐가 있었느냐' 며 내가 나서 설득했다" 고 했다.

"당명은 趙시장에게 일임하겠다" 고 선뜻 응했다.

벌써부터 '신민주당' '새민주당'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국민통합추진회의 (통추) 와의 문제는 趙시장으로선 큰 고민거리다.

李전총재등 주류측이 통추의 김원기 (金元基).이철 (李哲) 전의원등 민주당을 떠난 세력들에 갖는 반발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趙시장으로선 양자를 다독거리고 하나로 단합시키는 일이 급선무다.

제3세력 규합문제는 趙시장에겐 특히 어려운 현안이다.

민주당.통추만으로 대선을 치르기는 불가능하고, 따라서 '정당파괴' 가 필요하다는게 趙시장측 생각이다.

그러므로 국민회의 비주류와 자민련세력등 기존 정치권과 학계.시민단체등을 끌어들여야 하는데 이는 '민주당 접수' 와는 차원이 다른 부분이다.

이와 함께 기존 정치권의 집요하면서도 강한 방해와 저지를 극복하는 것도 간단치 않은 일이다.

"서울시장 당선때 김대중 국민회의총재에게 큰 '신세' 를 지고도 대선에 나선다" 는 국민회의의 비난과 "사사로운 목적 때문에 산적한 서울시 현안을 뒤로 하고 서울시민을 배신했다" 는 신한국당의 협공 (挾攻) 을 반박할 논리개발도 시급하다.

그의 측근은 "때문에 출사표를 작성하는데만 3~4일이 걸릴 것" 이라고 전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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