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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사고 현장 뛰어든 '의인' 탤런트 정동남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플라이, 플라이!"

엿새째 시신 발굴작업이 계속되고 있는 11일 대한항공 801편 추락 참사현장에서 군복차림의 탤런트 정동남 (鄭東南.46) 씨가 수색작업중인 미국 해군병사들과 현지 경찰.소방대 구조요원들에게 "파리가 날고 있는 주변을 수색하라" 고 외쳐댔다.

'파리론 (論)' 은 95년 삼풍사고 현장등 鄭씨가 10여년간 자원봉사 구조활동을 통해 나름대로 터득한 구조 노하우. "사고현장이 워낙 광범위한 만큼 육안에만 의지하기보다 후각이 발달한 파리를 쫓으면 시신을 빠르게 찾을 수 있습니다. "

이날 한국인으론 유일하게 시신 발굴작업에 참여한 鄭씨는 이같은 파리론으로 기체 잔해 밑에 깔려 있던 7구의 시신을 찾아내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鄭씨가 괌에 도착한 것은 참사 다음날인 7일. 사고소식을 듣고 무언가 도울 일이 없을까 김포공항에 나갔다가 유가족을 수송하는 비행기에 무작정 올라탔다.

"사고현장이 미군 관할지역이란 이야기를 듣고 일부러 군복만 챙겨 입고 왔어요. 군복에 새겨진 미 해군특수부대 (Navy Seal) 마크 덕분에 미군 구조요원 몇명을 사귀어 협조를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 이런 鄭씨도 11일전까지는 미군들이 사고현장을 3중으로 봉쇄하는 바람에 전혀 활약할 수 없었다.

그러나 鄭씨는 한국 외무부를 통해 자신이 국제연합 (UN) 이 인정한 네덜란드의 전문 구조훈련교육기관 ICET에서 2주간 훈련을 이수한 경력을 들어 꾸준히 설득, 미 연방정부로부터 발굴작업 참여 허가를 받아냈다.

"시신을 보다 신성히 여기는 한국의 문화적 차이를 미군 요원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또 시신 발굴작업 상황을 유가족들에게 설명해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습니다.

" 鄭씨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을 여유도 없이 진흙이 잔뜩 묻은 군화끈을 조여 매고 다시 구조현장으로 달려갔다.

괌 =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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