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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첨단기업들 로비안해도 의회 입김 막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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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마이크로소프트사등 미 첨단기업들이 이례적으로 별다른 로비없이 워싱턴 정계의 '실세 (實勢)' 로 부상,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 정계의 '앙팡 테리블' 로 부각된 기업들은 마이크로소프트 (MS).오라클.넷스케이프사등 주로 첨단산업의 선두주자들. 이들은 지난 2년간 이민법.무역관계법 개정등 민감한 현안이 나올 때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의회를 움직이는데 성공했다.

이민법 개정의 경우 언어문제가 있는 외국인들의 이민에 제동을 걸려는 의회측 움직임을 이들 업체가 막아냈다.

이같은 조치가 입법화되면 부족한 첨단분야의 인력을 외국에서 수입해올 수 없다는 업계의 의견이 전폭 수용된 것이다.

한편 이같은 정치력에 견줘볼 때 이들 기업이 너무 적은 정치자금을 지출, 또다른 화제가 되고 있다.

대체로 얼마만큼의 로비자금을 뿌리느냐에 따라 대 (對) 의회 영향력이 판가름나는 미 정계의 풍토로 볼 때 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들 회사가 낸 로비자금이나 선거기부금은 AT&T나 필립모리스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지난 94~96년 사이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지출한 선거기부금은 모두 40만7천여달러로 같은 기간 AT&T사가 낸 3백90만달러에 비교하면 조족지혈 (鳥足之血) 인 셈. 이처럼 인색한 기여에도 불구하고 이들 업체가 엄청난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미국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력 덕택이다.

컴퓨터등 정보통신분야는 지난 95년 무려 4백만명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어냈으며 평균임금도 다른 업체의 2배에 가까운 4만7천달러를 기록했다.

자연히 굳이 로비활동을 벌이거나 정치헌금을 내지 않아도 충분한 정치적 입김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첨단업체가 지금처럼 돈을 쓰지 않고도 계속 탄탄대로를 걸으리라고는 장담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새로운 통신.전파매체들이 끊임없이 출현하고 있는데다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방지방안등 컴퓨터 업체들로서는 극히 민감한 사안들이 정치적 판단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금 까지 고자세를 취해왔던 이들 첨단업체들도 대의회 로비와 선거자금 기부등이 더 이상 무심할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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