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대상은 넓히고…금리는 내리고…서민에 대출 문턱 낮추는 은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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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되면서 은행들이 대출을 꺼리고 있다. 경기가 나빠질 때 대출을 하면 돈을 떼일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의사·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에 대한 대출한도도 줄이는 마당에 신용도가 떨어지는 저소득층과 자영업자들이 대출을 받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은행들이 보증기관과 제휴해 이들을 위한 대출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일반 대출보다는 금리가 낮아 조건도 좋다.

◆서민금융지원 상품=우리은행은 이달 들어 연소득 2000만원 이하인 저소득 근로자나 소득을 증빙하기 어려운 영세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우리 이웃사랑 대출’을 내놨다. 대출금액은 개인 신용도에 따라 500만~2000만원으로 담보 없이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다. 대출기한은 최장 5년이다. 대출금리는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중 선택할 수 있다. 대출금리는 17일 현재 연 7.73~11.99%다.

농협은 영세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최장 5년 동안 최고 500만원을 대출하는 상품을 선보였다. 총 대출재원은 1000억원. 지역신용보증재단에서 발급하는 보증서를 담보로 대출을 하며 금리는 17일 기준으로 연 6.26%다. 대출금액의 1.2~1.35%인 보증수수료는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무등록사업자도 대출받을 수 있고, 이 경우는 주변 상인들로부터 ‘무등록 소상공인 확인서’를 받아야 한다.

대구은행도 ‘자영업자 유동성지원 특별대출’을 하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6개월 이상 사업을 한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2000만원까지 대출한다. 첫 1년은 이자만 내고 나머지 4년 동안 분할상환하는 조건이다. 대구은행 개인여신부 최상수 부부장은 “대출금리는 신용도에 따라 연 5% 내외”라며 “대구시에서 예산을 지원하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금리가 낮다”고 말했다.

◆실업자와 비정규직 대상 대출=기업은행은 근로복지공단과 제휴해 900억원 한도에서 실업자와 비정규직의 생계비를 지원하는 ‘IBK근로자생활안정자금대출’을 하고 있다. 비정규직과 전직·신규 실업자들이 직업훈련을 받는 동안 필요한 생계비에 대해 연 2.4%로 최고 600만원(비정규직 최고 300만원)까지 대출한다. 대출기간은 4년이며, 1년 거치 후 3년간 매월 원금을 균등 분할해 갚는 조건이다.


이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근로복지공단에 대출 신청을 하고 보증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비정규직은 근로계약서와 노동부 장관으로부터 과정 인정을 받은 훈련기관이 발급한 수강증을 추가로 제출해야 한다.

◆전세금반환보증대출=부동산 경기가 나빠져 전세보증금을 돌려 주기 어려운 집주인을 위한 대출 상품도 시판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는 ‘임대보증금 반환 보증제도’를 지난 6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상품은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집주인을 보증 대상자로 하되, 대출금을 세입자의 계좌로 직접 이체한다. 전세 한 건당 보증한도는 전세보증금의 30%에서 주택당 최고 5000만원이다. 집이 여러 채인 경우 1인당 1억원까지 보증을 받을 수 있다. 보증 대상은 9억원을 초과하지 않는 주택이며, 기한은 최대 4년이다. 대출금의 0.5~0.7%를 보증수수료로 부담해야 한다.

우리은행은 자체 상품인 ‘역전세지원 담보대출’을 17일 선보였다. 대출은 아파트의 담보인정비율(LTV)의 40~60% 한도에서 전세보증금 전액을 대출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 주택금융사업단 조규태 차장은 “새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전세금을 전액 반환해야 하는 주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대출기한은 최대 2년이고 대출금리는 변동형이 연 4.79%, 고정형이 연 4.69%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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