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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카드 “해외 사용 수수료 인상 백지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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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비자(VISA)카드가 7월부터 해외 결제분에 대한 수수료율을 올리려던 계획을 백지화했다. 국내 카드사들이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수수료율을 올리면 카드사와 소비자에 모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반대한 데 따른 것이다.

비자카드는 18일 비자카드 결제망을 사용하는 국내 카드사에 공문을 보내 “해외 수수료율 인상 계획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비자카드는 지난해 말 국내 카드사에 해외 사용 수수료율을 7월부터 1%에서 1.2%로 올릴 계획이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쓴 카드 결제액에 대한 수수료 조정은 4월부터 예정대로 실시한다. 이에 따라 매출액이 많은 카드사에 대해선 수수료를 깎아주던 제도가 사라져 국내 이용분에 대한 수수료율은 일률적으로 0.04%가 적용된다.

비자카드의 수수료율 인상안 철회는 국내 카드사들의 반발 때문이다. 장형덕 비씨(BC)카드 사장은 이날 비자카드 고위자문위원회 위원직에서 사퇴하고, 비자카드 발급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비씨카드는 또 해외에서 비자카드 결제망을 사용하지 않고, 자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그는 최근 비자카드의 수수료율 인상에 대해 “중요한 결정이 고위자문위원회의 의견 수렴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며 “더 이상 고위자문위원 자리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고위자문위는 해외에서 비자카드 결제망을 사용하는 카드사 대표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기구로, 한국에선 장 사장 외에 신한·삼성·국민카드 대표가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장 사장은 “지난 2~3년간 수수료를 올린 데 이어 이번에 또 수수료율을 인상한 것은 비자카드가 한국 시장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결제망을 갖춘 카드사가 별로 없기 때문에, 국내 카드사들은 비자나 마스터 카드의 회원으로 가입해 수수료를 주고 있다. 비자카드의 점유율은 69%에 이른다. 비자카드는 지난해 3월 주식시장에 상장하면서 법인 성격이 비영리협회에서 주식회사로 바뀌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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